서울은 모든 게 포화상태다. 극심한 차량 정체와 몸조차 가누기 힘든 출퇴근길 대중교통은 서울시민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모로 가도 서울만’을 외치던 과거 세대의 동력에 힘입어 혼잡과 빽빽함에 익숙해진 서울은 인구 1000만 도시가 됐다.
‘10ㆍ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도 한 달이 돼간다. 이후 도시 안전 문제와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에 대한 고찰, 그리고 서울의 인구 과밀현상에 따른 경각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발전사에 묻혔던 것일까. 무조건 빨리빨리와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인식했던 우리는 혼잡과 과밀에 둔감해졌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 5699명으로 세계 6위이며, 단위 면적당 인구 편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함께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과 행사, 집회 때마다 크고 작은 과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은 도시화→과밀화→포화 순으로 인구 밀집을 경험하고 있다. 극심한 인구 편중은 경제 활동 인구의 쏠림, 지방 도시와의 성장력 편차를 넘어 인구 성장과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문화에 따른 새 안전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인구 밀도는 합계출산율에도 영향을 끼친다. 인구학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에서 “청년들을 수용할 다른 도시들이 없어진다면, 서울은 앞으로도 젊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초저출산의 기저 원인에는 ‘인구밀도’와 ‘인구편중’이 있으며, 서울에서만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한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이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과밀 사회에서 초저출산은 한국 청년들의 적응 현상이 된 것이다.
10ㆍ29 이태원 참사는 다른 면에서 한국 사회가 지닌 현안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를 향한 이해를 넘어 도시와 국가의 미래를 대비한 안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