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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피스빌딩(Peacebuilding)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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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위원회와 병행하는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을 위해 후원회원 모집을 시도해 본 적이 몇 차례 있었다. 감사하게도 몇몇 본당 신자들이 정기후원을 하시거나 일시적인 도움을 주셨다. 그런데 사실 연구소 후원회원 수는 ‘상당히’ 적다. 우선 후원을 유도하는 말솜씨 부족이 문제겠지만, 보통 신자 관점에서는 ‘평화연구소’를 후원할 이유를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성당을 건축한다거나 가난한 이웃을 직접 돕는 일도 아닌데 굳이 교회가 나서서 평화를 ‘연구’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1943년에 설립된 미국 가톨릭구제회(Catholic Relief Services, CRS)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 및 동유럽의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1억3000만 명의 사람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과거 CRS는 인도적인 구호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치에는 개입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1994년에 발생한 ‘르완다 대학살’은 CRS의 활동에 새로운 전환(Tipping Point)을 가져왔다. 오랜 세월 CRS에서 근무한 마이클 웨스트(Michael Wiest)는 르완다 대학살이 불러일으킨 조직의 위기를 보면서 “가톨릭 기관으로서 어떻게 우리가 증오와 불신의 문제를 우리 사명의 일부로 보지 않았을까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가 생명과 존엄성, 그리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투쟁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일까요?”라고 고백한다.

이런 성찰을 통해서 1990년대 CRS는 교회의 사명이 ‘인도적인 지원’을 넘어서 ‘피스빌딩’(평화건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분쟁으로 인해 ‘불타버린 집’과 식량 부족의 현상들, 그 자체만을 다룰 것이 아니라, 갈등의 징후를 잘 감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분쟁을 일으키는 빈곤의 원인인 억압적인 제도와 구조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활동 역시 ‘피스빌딩’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가난한 형제를 직접 돕는 자선만큼이나 빈곤 퇴치를 위한 사회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처럼, ‘대북지원’ 상황이나 탈북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평화 실현이 민화위 활동의 근본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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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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