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가장 감사한 것은 새로운 열매가 맺어질 때마다 경이롭고 놀라운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2014년, 한 시계 브랜드의 런칭 행사를 진행하며 엘이디(LED) 장미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행사 개최지로 결정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앞 잔디 언덕을 꾸미기 위해 당시 제품의 주제였던 ‘나비’에 맞춰 어두운 밤에도 나비가 찾아올 수 있는 특별한 꽃을 고민하다가 ‘엘이디 장미’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빛나는 엘이디 장미가 완성됐고, 총 2만 5000송이의 엘이디 장미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잔디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행사는 성공적이었고,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엘이디 장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 피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소아암 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엘이디 장미를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기부 행사에 활용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습니다. 좋은 의도였기에 저도 재능 기부로 동참했습니다. 한 사람 앞에 단 한 송이씩, 10달러에 판매된 엘이디 장미의 수익 전액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엘이디 장미를 사기 위해 불평 한마디 없이 줄을 서고, 손수 런던 센트럴 파크에 장미를 심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것은 결코 제가 이룬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능력과 지혜 그 이상을 이루시고, 제 생각과 시야 그 너머에서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하느님의 손길. 저는 그저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움직이는 작은 종일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사를 위해 제작된 엘이디 장미가 온 세상을 누비며 아픈 아이들의 희망이 되고, 지친 사람들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결국, 세상을 밝히는 빛은 사람도 장미도 아닌 하느님, 한 분이었습니다. 그 놀라운 광경을 눈앞에서 바라보면서 하느님 앞에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미미한 존재를 확인하고, 하느님의 크고 놀라운 계획에 감사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명동대성당 들머리에 이 엘이디 장미를 심으며, 그때의 마음을 되새깁니다. 엘이디 장미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장미를 지탱하는 단단한 줄기를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후 빛나는 장미를 보면서 평생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뒷받침하는 단단한 줄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쉽지 않은 삶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튼튼한 줄기가 되길 꿈꿉니다. 그렇게 세상을 밝히시는 하느님을 순전한 믿음으로 따라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