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변화협약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가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총회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슐츠 독일 총리 등 80여 국가 정상과 각국 대표단 등 4만여 명이 참석하였다. 우리나라도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하여 다수의 관계자가 참석하였다. 올해 회의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정의(Justice)’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선진국의 ‘책임과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회의장 경계 내에서 열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이제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거쳐서 ‘기후정의’로 진화하고 있다.
기상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적인데,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고 30년이 지났지만, 인류는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380억 톤이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현재 590억 톤으로 1.5배 이상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많이 증가하여 1990년 3억 톤에서 2019년 7억 톤으로 2.4배가 되었다. 전 세계가 최악의 폭염과 최장의 산불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그 결과이다. 우리나라도 8월 초 서울 지역에 내린 전대미문의 폭우로 큰 피해를 보았으며,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1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국토의 1/3이 물에 잠겼다.
전 세계적인 기상재해 여파로, 이번 기후변화총회에서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Loss & Damage)’가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개도국은 더는 참을 수 없다면서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선진국은 기후변화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자칫 큰 부담을 덮어쓰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당사국 총회가 폐막을 이틀 넘겨 폐막하면서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립하여 가장 취약한 국가를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후변화총회가 열리고 있는 시나이반도는 모세가 해방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 탈출한 지 3달 만에 도착한 곳이고, 주님께서 직접 이스라엘 민족 앞에 나타나신 시나이 산이 있는 곳이다.(탈출 19)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받는 사이 이스라엘 민족은 ‘금송아지’라는 우상을 만들어 절하고 제사 지내며, 그 앞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던 곳이다. 모세는 금송아지를 가져다 불에 태우고, 가루가 될 때까지 빻아 물에 뿌리고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탈출 32)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우리 ‘공동의 집’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무한 경제성장의 헛된 환상을 좇는 이기적 경제모델이며(「우리 어머니인 지구」 2020), 그것이 바로 현대판 ‘금송아지’이다. 교황님은 대표적인 공공재인 ‘기후’를 지키기 위해서 국제법의 원칙과 규범에 의한 공동합의와 행동하는 연대를 강조하셨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선진국이 나서야 한다.
편리함만 추구하고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현대 문명 생활은 우리 속에 있는 또 하나의 ‘금송아지’이다. 이 금송아지를 부수기 위해서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바와 같이 우리의 생활양식과 생산 및 소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불편함과 절제 때로는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일반인이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동선’을 추구하는 신앙인이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누이이며 아름다운 어머니인 지구를 보호하는 데 우리 교회와 신앙인이 앞장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