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7일. 퇴근 후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으로 향했다. 취재하며 알게 된 선우경식 원장이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 원장은 눈을 뜨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다. 꼼짝 않고 누워만 있었다. 한참을 머물다가 밤 11시쯤 병실을 나왔다. 그로부터 5시간 후, 선우 원장은 하느님 품에 안겼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선우 원장이 새벽에 선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종 속보를 쓰고 장례 미사와 발인을 취재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지인의 장례를 치르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선우 원장을 존경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선우경식 원장은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안정된 의사로 사는 삶 대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선우 원장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며 달동네였던 신림동에서 의료봉사를 하다가, 1987년 자선병원인 요셉의원을 설립하고 노숙인과 행려자, 쪽방촌 주민을 무료로 진료했다. 결혼도 하지 않고 검소하게 생활하며 가난한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그를 사람들은 ‘영등포의 슈바이처’라고 불렀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된 이들을 기억하는 기림 미사. 지난 12일 선우경식 원장 기림 미사를 봉헌하면서, 선우 원장의 뜻이 더욱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우 원장의 발자취를 담은 방송 리포트 제작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선우 원장의 숨결이 배어 있는 요셉의원은 올해 35주년을 맞았다. 선우 원장의 의대 후배인 신완식 의무원장이 무료진료를 이어가고 있는데, 영등포 재개발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쪼록 선우 원장의 고귀한 뜻이 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