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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우리 성당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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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사 참례 인원이 30~40명 정도 되는 우리 성당에는 로사라는 본명을 가진 여인이 있다. 로사는 우리 성당의 보물, 아니 보석이다. 은은하고 속 깊은 보물이었다가 한순간 빛나는 보석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항상 웃는다. 화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복잡한 본당 일을 할 때도 그녀는 항상 웃는다. 교무금을 받을 때 더욱 밝게 웃는다. 자기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닌데도 고마워한다. 웃음소리도 예쁘다. ‘하하하하’ 끝이 없다.

교구 소식도 본당 소식도 세세히 알려주고 교우들 간의 소식도 잘 들려준다.

늘 더벅머리인 그녀는 때론 쑥대머리도 마다않는다. 새까맸다가 때로는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같은 갈색이기도 하다. 짧았다가 길었다가하는 머리를 보면서 로사구나 적응이 될 때쯤에는 확 바뀐 모습으로 나타난다.

주님 성탄 대축일에 뾰족뾰족한 도깨비방망이를 머리에 쓰고 나타나 우리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들고, 또 어떤 날은 귀여운 머리띠를 쓰고 우리를 기쁘게 한다.

또 어느 한날은 댕강 자른 짧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라면같이 꼬불꼬불한 머리로 나타났다. 미사보를 쓰고 있어 모두들 누군가하고 궁금해하고 있을 때, 햇살같이 밝은 얼굴로 돌아선 그녀의 볼에는 큰 웃음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브이(V)를 그리는 두 손은 마구마구 행복을 뿌렸다. 우리 모두는 미사 시작 전이라서 표현하지 못할 마음으로만 박장대소, 포복절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팡팡 튀는 팝콘 같은 행복을 우리는 하나씩 줍기도 했다.

하느님께서는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하셨지만 우리 모두는 기름때 같은 욕심을 품고 살기에 ‘우울’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로사는 아버지의 뜻을 잘 실천하기에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진정 예뻐하시나 보다. 쉰이 다 된 그녀를 우리 공동체 모두는 예뻐한다.

코로나19로 무디어진 가슴들에 행복 바이러스를 흩뿌리는 그녀.
가을 하늘처럼 푸르고
여름날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봄에 피어나는 들꽃처럼 따스하고
겨울엔 뜨끈한 장작불처럼 열정적인 그녀.

아버지! 우리 모두 오래오래 그녀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로사야! 사랑한다 아주 많이.
신경혜(루치아·원주교구 사북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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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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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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