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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왜 사회교리인가 /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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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장애인들이 간절하게 지하철을 기면서, 시민들과 충돌하면서 외쳤던 그 간절함을 이제는 국회가, 정치가, 기획재정부가 확실하게 답변해주길 바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1개월간 진행해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시 멈추면서 낸 목소리다. 3호선, 4호선, 5호선 가릴 것 없이 그 바쁜 시간대에 시민들이 애꿎게도 지각사태에 내몰렸다. 필자도 그 불똥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우리도 소외받는 이들의 처지를 공감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게 존재 이유가 아닌가?” 많은 이들이 큰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을 터다.

사례 2. “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젊은이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은 것은 참 안타까워요. 최근에 어느 신부님의 동영상을 봤어요. 그들을 추모하는 집회에서 참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내용이었어요.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를 외칠 때까지만 해도 크게 공감했지. 그런데 연설 막판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듣는 순간 확 깼어요. 좋든 싫든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인데, 중도에 끌어내리겠다고? 임기 말까지 기다려주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 아닌가.” 신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우는 우려 섞인 격정을 토로했다.

대림 제2주일을 맞는 가톨릭교회는 때마침 인권 주일, 사회교리 주간을 지낸다. “사회교리가 도대체 무엇이고 왜 필요하지? 교회에서는 하느님 말씀과 신앙생활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사회교리란 용어를 낯설게 느끼고 나와 상관없다는 식의 거북함 마저 갖는 신자들이 의외로 많다.

사회교리는 사회와 세상, 즉 인간 노동, 경제생활, 정치 공동체, 환경 보호 등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이다. 게다가 인간의 존엄을 위한 기본적 권리인 인권과도 닿아있다. 쉽게 말하면 예비신자들이 처음 배우는 것은 ‘믿을 교리’인 반면 사회교리는 신자들의 ‘지킬 교리’ 즉 ‘제2의 교리’인 셈이다.

사회교리의 근거는 예수님의 말씀, 곧 성경에서 비롯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마태 25,45)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37)에서도 고통받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신다. 우리가 내 안에, 교회 안에만 머물지 말고 사회와 세상으로 눈길을 돌리라는 주문이다. 또한 삶의 자리에서 윤리적 타락이나 폭력 같은 비복음적, 비인간적 상황을 개선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정치판은 대립과 갈등, 진영 논리로 갈라져 바람 잘 날이 없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치부하면 그만일까. 그런 가운데 교회와 사제, 신자들은 사회교리를 어떻게 살아내고 행동해야 할까. “사랑은 가장 큰 사회적 계명을 나타낸다. 사랑은 정의의 실천을 요구하고, 또 사랑만이 우리가 정의를 실천할 수 있게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83항 참조) 복음 정신에 비추어 균형 감각을 갖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도 평화와 정의, 보편 형제애를 세계인들에게 호소한다. “가난한 이들, 비참한 이들, 소외된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이름으로 선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들을 도우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모든 사람, 특히 부와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의 의무입니다.”(「모든 형제들」 285항) 우리는 특히 사회교리 주간을 지내면서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말만 앞세우는 ‘앵무새 신자’가 아니라 저마다 지행합일의 실천자가 되어보자.
고계연 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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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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