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신앙인의 길, 견고한 신앙의 길이란 어떤 길일까? 제 판단대로 사는 세상의 삶에 익숙하기에, 하느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따르는 신앙의 삶은 늘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참된 신앙인의 삶을 살고 싶어서, 10여 년 전쯤 하느님께 그 방법을 알려달라고 나름으로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간절함이 부족했는지 하느님은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나같이 신앙이 약한 자의 기도가 하느님께 닿을 리가 없다고 낙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창 밖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을 기리는 행사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눈이 번쩍 떠지면서, 어쩌면 저 현수막이 기도의 응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색이 인물 전기를 쓰는 작가라면서 그동안 문화, 예술인들의 전기만 썼지, 훌륭한 교회 인물에 관해 쓸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버스 안이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3년 동안 김수환 추기경님의 87년의 삶을 복원하는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신부가 되기 싫어 신학교에 가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대답하지 않았던 소년 김수환이 어떻게 신부가 되었고, 주교, 대주교를 거쳐 추기경에 서임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교회와 사회의 ‘큰 어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셨는지에 대한 자료들을 찾았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신앙이 무엇인지, ‘교회의 가르침’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고,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삶인지를 알 수 있는 추기경님의 말씀도 만났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은퇴 후 혜화동 주교관에 머무시면서 자화상을 그리셨습니다. 겸손하신 분이셨기에 자화상 제목을 ‘바보야’라고 하셨습니다. 그 작품이 추기경님께서 졸업하시고 오랫동안 이사장으로 계셨던 동성중고등학교 백 주년 행사에 전시되자 기자들이 ‘바보야’라는 제목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내 모습이 바보같이 안 보여요?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겸손의 말씀이었지만 누구나 이렇게 살면 바보 같은 삶을 사는 거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기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괜찮은 삶인가요?”
“그거야 누구나 아는 얘기 아닌가요?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하고 이웃과 화목할 줄 알아야 해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줄 알고 양심적으로 살아야지요. 그걸 실천하는 게 괜찮은 삶 아닌가요?”
저는 쉬운 듯하면서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이 말씀이 참된 신앙인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기도를 합니다. “주님, 하루 이틀에 되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 두 가지 차근차근 실천하면서 살겠습니다. 제가 입으로만 주님을 찾는 신앙인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참된 신앙인의 길을 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