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성탄 밤에”
1992년, 김관홍(요셉)이 아내에게 주님 성탄 대축일과 신년을 맞이하는 기쁨을 적어 보낸 상본이다.
이 상본에 그려진 그림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주제로 한 여느 도상들과 달리 소와 나귀, 동방박사들의 경배, 아기 예수의 강생을 알리는 천사 등이 함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강보에 싸여 쌔근쌔근 잠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이들을 내려다보는 성 요셉만이 등장하여 ‘탄생’ 그 자체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성가정을 그린 다양한 상본과 성화, 혹은 성상 중에서 ‘한국의 성가정’ 도상은 성모와 성 요셉, 아기 예수를 우리 고유의 전통 복식을 갖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때로는 일상의 한복뿐만 아니라 예복에 해당하는 당의와 족두리, 색동저고리 등을 착용한 모습으로 그려 공경의 마음을 담기도 하였다.
유년시절 우리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즈음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는 기쁨을 드러내고 주변에 나누기 위해 상본 혹은 카드를 정성껏 마련하곤 하였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SNS를 통해 이를 대신하곤 하지만, 이번 성탄에는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직접 고른 아름다운 상본에 한 해의 수고를 위로하는 마음과 고마움을 담아 건네며 2022년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박찬정(안나) 학예연구사
※ ‘상본’을 소재로 한 특별기획전 ‘지향 INTENTIO’은 서울 합정동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