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페인어권 청년들이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신앙 안에 하나가 돼 멋진 화음으로 주님을 찬미했다. 바로 스페인에서 시작된 노래로 믿음을 표현하는 청년 신앙 운동 ‘하쿠나(Hakuna: 걱정 말아요)’를 통해서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 초청으로 2~10일 방한한 ‘하쿠나 그룹뮤직’ 단원들과 한국 하쿠나팀은 ‘2022 하쿠나 인 코리아’를 진행했다. 이들은 다양한 공연과 체험을 함께하며 하쿠나 영성과 카리스마를 널리 알렸다. 꽃동네 방문ㆍ성지 순례ㆍ영화 ‘탄생’ 관람과 더불어 7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찬양크루 ‘열일곱이다’와 합동 공연을 했다. 8일은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스페인과 한국 교회 주보성인인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합동 미사를 봉헌했다.
백미는 9일 한국 교회 상징인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한 합동 성시간이었다. 교구 청소년담당 교구장대리 유경촌 주교가 주례한 성시간에는 하쿠나에 관심 있는 신자와 수도자도 참여했다. 엄숙할 것만 같은 성전에 청년들의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합창이 울려 퍼졌다. 두 하쿠나팀은 성체 조배 때 ‘행복을 찾아서’, 성체 강복 때는 아프리카풍 노래 ‘Benedito’를 불렀다. 성시간을 마칠 땐 하쿠나 대표곡 ‘La misericordia’를 합창했다. 그러면서 축제에 온 것처럼 사제와 수도자ㆍ신자 등 모든 이와 어깨동무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성시간이 끝난 뒤, 작별을 앞둔 청년들은 열흘간 정이 많이 들었는지 서로 꼭 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깨를 토닥이며 ‘또 볼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건강해’라고 속삭였다.
스페인 하쿠나팀 로시오(28)씨는 “역사가 2000년이 넘는 스페인 교회에 비하면 한국 교회는 젊은이다. 그래서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는 살아있는 교회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 방문을 통해 신앙이 강해진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니(24)씨도 “스페인과 한국 교회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주된 것은 서로 같았다”며 “영적이고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한국 하쿠나팀 이효경(젬마)씨는 “한국과 스페인 청년들이 함께 노래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만날 수 있는 하쿠나 성시간이라는 기회를 알릴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하쿠나 창립자인 호세 망글라노 페드로 신부도 “아시아와 유럽의 두 문화의 만남이 인상적인,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다음에는 한국 청년들이 스페인으로 오면 좋겠다. 초대한다”고 말했다.
2013년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스페인에서 시작된 하쿠나는 미사와 성시간을 중심으로 노래로써 믿음을 표현한다. 하쿠나는 2017년 신심단체로 교회 인가를 받아 그리스도를 따르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며, 교회를 떠난 청년들에게 다시 돌아오고 싶은 열망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ㆍ중남미 등 여러 나라 교구에서 공식적으로 하쿠나 운동에 동참하는 중이다. 한국에선 2018년 시작, 현재 대학교사목부 주관으로 매월 둘째ㆍ넷째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하쿠나 성시간이 거행되고 있다. 장소는 서울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5층 니콜라오홀이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