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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방임

박예슬 헬레나(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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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은 고의·반복적으로 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함으로써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아동복지법 제3조(정의)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방임은 엄연한 학대다.

평생을 2~4세 정도의 인지 수준을 갖고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은 어떨까? 어느 날 사무실에 출근하니 책 한 권이 와 있었다. 몸은 성인이지만 인지가 2세인 자녀를 키우는 김영임 작가의 「중증장애인과 그 부모의 삶에 관하여」였다. 소설이지만 발달장애인 부모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엮었다고 한다. 책을 열어본 나는 이내 덮어버렸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등장인물 영호가 길을 잃어 노동착취를 당하고, 학생들에게 성추행 등 수모를 겪는 장면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문뜩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의 고통을 정말 몰랐을까?’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살해당한 발달·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은 23명에 달한다. 발달장애인에 포함되는 자폐성 장애인의 수명도 23.8세 불과하다. 스웨덴·미국 등 주요국의 자폐성 장애인 평균 수명 36~58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발달장애인과 장애 자녀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걸음마다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해야 하는 그 부모의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장애인이 시끄럽고 부산스럽게 군다는 이유로, 장애인 시설이나 센터가 동네에 들어온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덥석 내 팔을 잡거나 나에게 다가왔다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경멸의 시선을 보내진 않았는지. 나와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모른 척한 적은 없었는지.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덮어버린 책처럼 감아버린 눈을 뜨니 보이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에 대한 학대로 얼룩진 이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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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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