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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하느님께 받은 성탄 선물(이충렬, 실베스테르, 전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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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본당 앞에 꾸며진 성탄 구유를 바라봤습니다. 죄 많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추운 겨울에 아기 예수님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 그 큰 사랑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성당으로 들어가 묵상을 하는 중에 몇 해 전 서울가톨릭연극협회에서 공연했던 ‘4번째 동방박사’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많은 분이 알고 있듯이 동방박사가 원래는 4명이었다는 줄거리입니다. 그런데 4번째 박사는 가는 중에 강도를 만난 사람을 구해주느라 갖고 가던 보물 일부를 팔고, 또 가다가 헐벗은 사람을 만나 남은 보물 중 일부를 팔아 옷을 사주고, 다시금 가던 중 이번에는 억울하게 옥에 갇힌 사람을 풀어주는 비용을 마련하느라 남은 보물을 모두 팔았습니다. 4번째 박사는 아기 예수님께 드릴 예물이 없어 베들레헴에 가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언덕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 애절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4번째 동방박사를 발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내가 강도당했을 때 함께 했고, 내가 헐벗었을 때 함께 했고, 내가 감옥에 갇혔을 때 함께 했습니다.” 연극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저 역시 깊이 감동하여 오랫동안 손뼉을 쳤습니다.

그러나 저는 연극을 본 후에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무료 급식소에 가서 설거지 한 번 한 적이 없고, 자선에도 인색했습니다. 조금만 경제적으로 힘들면 시늉만 내던 후원금 자동이체도 취소하면서 나 아니어도 후원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성당 교무금을 건너뛰는 일은 다반사요, 감사할 일이 있어도 감사 헌금을 낸 적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호기롭게 계산할 때도 있었습니다. 주님 보시기에 부끄러운 모습이기에 다시 한 번 주님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주님, 낮은 곳으로 오신 주님을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넘치는 은총을 베풀어주셨지만, 저는 주님께 받은 사랑을 잊고 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올해도 잘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셨고,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시어 세끼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거처를 허락하시어 겨울에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주님께 받은 사랑은 차고 넘칩니다. 주님, 이 죄 많은 실베스테르에게 회두의 은총을 허락하시고, 저에게 낮은 곳에서 고통 속에 있는 이웃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랑의 마음과 용기를 주소서.”

기도를 마치고 성당을 나와 다시 추운 겨울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봤습니다. 그때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주님께서 주시는 성탄 선물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용기를 내서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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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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