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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의 왕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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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왕으로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은 역설적이게도 평화와는 거리가 먼 땅에서 태어나셨다. 예수님의 출생 연도로 추정되는 기원전 4년은 헤로데 대왕이 죽은 해였다.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아내와 아들들까지도 처형했던 폭군도 자신을 찾아온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헤로데가 통치했던 영토는 셋으로 갈라졌고 유다 지역은 그의 아들 아켈라우스가 다스리게 됐다. 오랜 세월 폭압에 시달렸던 유다인들이 새로운 통치자에게 희망을 품었을 만도 했다. 하지만 나라는 더 위태로워졌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기원전 4년을 이스라엘이 최종적인 멸망으로 치닫게 된 파국의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 벌어진 시기로 평가한다.

억눌렸던 군중들의 요구가 19살의 나이로 권좌에 오른 어린 왕에게 이어졌다. 사람들은 헤로데의 총애를 받던 인사들에 대한 처벌과 대사제직의 정통성 회복을 원했다. 물론 세금도 줄여 주기를 바랐다. 지방의 사람들까지 예루살렘에 모여드는 유월절이 다가오자 아켈라우스는 우발적인 폭동을 염려하게 된다. 그런데 왕의 명령대로 군중을 통제하는 임무를 맡은 군대의 ‘적극적인’ 개입이 대량 학살이라는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유다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러나 율법교사들의 영향으로 선동가가 된 사람들은 그들 계획대로 소란을 일으키면서 백성들을 흥분시켰다. 그래서 그들은 군인들에게 덤벼들어 돌을 던졌다. 부상을 입은 군인들은 도망갔으며 그들 가운데는 지휘관도 있었다. 하지만 곧 백성들은 군대의 손아귀에 잡힌 희생제물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켈라우스는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폭동을 시도한 사람들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전군(全軍)을 그들에게 보냈다. 기병을 보내 성전 밖에서 장막에 있는 사람들이 성전 안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막아버리고, 보병들로부터 도망쳐서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까지 죽이게 했다. 기병들은 3000명을 죽였다. 나머지는 근방의 산으로 올라갔다.”

이제 곧 주님 성탄 대축일이다.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평화의 왕 예수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로 갈라진 이 땅의 사람들, 우리 모두를 구하러 오시는 예수님의 탄생을 온 세상이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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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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