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방박사의 경배’가 있는 상본 |
온 세상의 빛으로 오신 분께 경배를!
이 상본에 인쇄된 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젠틸레 다 파브리아노(Gentile da Fabriano, 1370~1427)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동방 박사의 경배’(1423,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이다. 상본을 통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성당 제단화로 제작된 실제 작품의 1/3이 채 되지 않는 일부이지만,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하는 그림의 주제가 잘 담겨 있다.
‘동방 박사들의 방문’(마태 2,1-12)은 구세주 탄생을 알아보고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 박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구세주의 탄생을 ‘이방 민족들 모두에게 드러내 보이심(공현公現, Epiphania)’을 뜻한다. 교회는 이를 기념하며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신자가 이날을 축하하도록 1월 1일 다음에 오는 주일에 지내고 있다. 이때가 되면 성탄 구유에도 변화가 생긴다. 구유의 아기 예수를 중심으로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목동들과 가축들로 꾸몄던 구유에 동방 박사의 형상을 배치하여 주님 공현의 의미를 표현한다.
베들레헴의 별빛은 그리스도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갖 어둠 속에서 구원을 염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빛이다. 빛을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그리스도를 향한 여정을 걸었던 동방 박사들과 같이, 우리도 각자의 인생 여정에서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갖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박찬정(안나) 학예연구사
※ ‘상본’을 소재로 한 특별기획전 ‘지향 INTENTIO’은 서울 합정동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