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 마리아 막달레나(보도제작부 기자)
기자 준비생일 때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런저런 걱정에 선뜻 다가가긴 어려웠다. ‘나에게 해코지를 하면 어쩌지?’ 하지만 노숙인들은 인터뷰에 응해주면서 살아온 여러 이야기를 해줬다. 공격적이면 어쩌지 하는 나의 우려는 기우였고, 그들을 향한 편견이 부끄러웠다.
기자가 되어 홈리스 추모제 취재를 위해 서울역을 다시 찾았다. 변한 것이 없었다. 그들의 삶의 터전도, 그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도 그대로였다.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차별이 더 심해졌다. 추모제에서 노숙인과 그들을 돕는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였다. 홈리스 차별 금지, 평등한 의료접근권 보장, 여성 홈리스 존재 인정,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 주거제공 우선 등이다.
이 중에 ‘여성 홈리스 존재 인정’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거리에도 역 안에도 남성 노숙인들이 더 많다. 그렇다면 여성 노숙인들은 없는 것일까? 노숙인에게 직접 물어봤다.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남성분이신데 여성분들은 어디 계세요?” 그때 들었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따로 지내요. 같이 지내면 더 위험해요. 성희롱, 성폭행당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여성 노숙인의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숨어 살고 있었다.
이들이 시설에서 지내면 되지 않나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여성 노숙인을 위한 시설은 굉장히 적다. 대부분 남성 위주의 시설들이다. 현재 이들의 규모를 파악할 정확한 실태조사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자신들의 존재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절실히 도움을 청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연말이면 정치인들의 노숙인 배식봉사 기사가 뜬다. 일회성 봉사를 넘어 노숙인들의 삶에 좀 더 관심을 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