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둘 중에 어떤 사건이 더 일어날 확률이 높을까?
①내년에 북아메리카 어딘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1000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할 확률. ②내년 언젠가 캘리포니아에서 지진으로 홍수가 발생해 1000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할 확률. 정답은 ①번이다. ②번 사건이 현실이 되려면 ‘캘리포니아’에서 ‘지진’이 일어나야 하고 이 때문에 발생한 ‘홍수’로 ‘사상자’까지 발생해야 한다. 다만 미국에서 실제로 진행됐던 실험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②번 사건의 실현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결합 오류’라고 부른다. 단일한 사건보다 여러 사건이 동시에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상황이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야기가 구체화할수록 설득력은 높아지지만, 실현 확률은 더 낮아진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어린 시절 만들었던 시간표를 떠올려 보자.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는 나를 떠올리며 계획을 빼곡하게 채워놨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해본 기억은 없다. 예전에는 게으른 나를 탓했다. 지금은 어리석은 나를 탓해야 할 것 같다. 시작부터 실패할 시나리오를 만든 셈이니까.
우리는 새로운 해가 시작할 때마다 여전히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들곤 한다. 운동, 독서, 외국어까지, 시작할 때는 완벽해 보이는 계획도 많다. 하지만 심리학은 경고한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 ‘미래’는 사실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자들은 이성적으로 살펴봤을 때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것에만 주력하라고 말한다. 물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 역시 어렵겠지만 이루어질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일단 시작은 제대로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