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뭔가 성탄 느낌이 나질 않아.” 미혼모와 아기들을 위해 특별한 구유를 만든다는 인천 모래내성당으로 취재를 나서며 가족들에게 말했다.
현장에 가니 주임신부님과 사목위원들이 화기애애하게 분유통 구유를 설치하고 있었다. 어렵게 세상 빛을 본 아기들과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미혼모를 위해 신자들은 분유를 직접 사와서 구유 앞에 봉헌했다.
감정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한 시간 넘게 신부님과 신자들이 기쁘게 구유를 꾸미는 모습이 내 마음을 덥혔다. 집에 돌아가는 길, 문득 “성탄에 지출을 아껴 우크라이나인들을 돕자”는 교황님 말씀이 머리를 스쳐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마음을 전했다.
그 덕분인지 다음날 주님 성탄 대축일에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조금은 떳떳하고 충만했다. 비로소 ‘성탄 느낌’이었다.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을 생각하는 성탄은 진정한 기쁨으로 다가올 수 없다는 또 하나의 깨달음이다.
성탄의 기쁨을 연장하는 성탄 시기가 벌써 끝을 향해가고 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는 성경 말씀대로, 얼마 남지 않은 이 성탄 시기에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처럼 우리도 작고 연약한 이웃에게 등불이 되어주면 어떨까. 빛은 빛을 낳는다. 우리의 그 모습이 모래내본당 신자들처럼 또 다른 나눔을 낳을 수 있다.
염지유 로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