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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돈의 시대 신앙의 수호자였던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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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와 사회 속에서 위기에 직면한 신앙 진리를 수호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마침내 고뇌와 희생의 여정을 마치고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그의 선종을 애도하며 평생을 하느님과 당신 백성에 바친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시했다.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뒤를 이어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2월, 육체적 한계가 교황으로서의 직무에 걸림돌이 될 것을 저어하고 깊은 고뇌와 성찰 끝에 온전한 자유로 교황직을 사임함으로써 교황직의 전통에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그의 사임에 전 세계는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지만 마침내 그 결단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시했다. 교황직의 사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신앙적 의미와 교회사적 중요성을 지니지만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수많은 이유 중 한 가지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지러운 세상, 혼란 속에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신앙의 수호자였다. 명철한 신학자요 진보적 지식인이었던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여해 교회의 쇄신과 개혁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개혁을 빌미로 오용되는 신앙과 교회의 가르침을 목도하고 교회의 정통 가르침에 깊이 뿌리내려 이를 수호해야 함을 확신했다.

그의 이러한 확신은 교회와 신앙을 공격하는 광기어린 사상과 문화의 흐름을 거슬러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과 정통 교리를 수호하기 위한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도록 했다. 특히 그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위 기간 동안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으로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았다. 전통과 정통성을 수호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간혹 완고하고 보수적인 입장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선종하고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 선출됐다. 새로운 천년기가 막 시작된 시기에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의 가장 큰 과제는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와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을 위한 영적인 무기는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 그리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이었다.

오늘날 세계는 극도의 혼란과 혼돈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수년 동안 전 세계 모든 인류를 각자도생의 삶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구원은 결코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숱한 기후재난을 야기하고 있는 기후위기는 지구 생태계를 온전히 파멸시킬 징후를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공동의 협력을 외면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멈춘 적이 없는 분쟁과 전쟁은 금세기에 들어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급기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신냉전의 상황에 인류를 몰아넣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교회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 이미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쳤고 초대교회가 실현했던 공동체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토 안에 머물지 않고 변방으로 나아가기를 원하는 동시에 모든 이기적 욕망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신앙의 본질로 향하기 위한 여정을 가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선종 후 공개된 유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진실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 교회는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분의 몸”이며 따라서 우리는 모두 “믿음 안에 굳게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그의 전 생애는 스스로 믿음 안에 굳게 서고자 했던 투철한 노력으로 일관됐고, 하느님 백성 모두와 인류 전체를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향하도록 이끌었던 열정으로 가득했다. 혼돈의 시대에 그가 모범적으로 보여준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에 대한 사랑과 헌신, 희생의 삶은 그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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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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