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은 한 세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세대를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기간’이라고 풀이한다. 즉 한 사람이 비로소 어른이 되기까지 보통 30년이 걸리는 셈이다.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데도 30년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대개 경력이 30년은 돼야 ‘장인’이라는 호칭이 붙으니 말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할 동안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30년이 조금 넘는 입장으로선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자긍심과 권태감 중 어느 한쪽, 혹은 양쪽 모두가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다.
최근 그 궁금증을 풀어준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봉제생산협동조합 ‘솔샘일터’ 조합원들과 오르겔바우마이스터 홍성훈씨다. 솔샘일터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재봉틀을 돌려 3만 벌이나 되는 옷을 지었다. 그 가운데는 고 김수환 추기경과 프란치스코 교황 옷도 있다. 홍성훈씨는 독일에서 12년간 파이프 오르간 제작을 배워 ‘마이스터(정부 공인 장인)’가 됐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25년째 작품을 만들고 있다. 서로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30년 경력을 쌓은 ‘장인’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하면 어떤 느낌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신기하게 비슷한 답이 나왔는데, 간단했다. “그냥 여전히 재밌다”였다. 놀라웠다. 일이 재밌을 수 있다니, 그것도 30년 세월이나! 동시에 왜 아무나 장인이 될 수 없는지 이해가 갔다. 이토록 한결같이 자기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인생에서 또 한 번 ‘어른’이 되는 것이다.
올해 1월로 입사한 지 만 5년이 됐다. 장인이 되는 여정의 6분의 1을 달려온 지금, 스스로 묻는다.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