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해마다 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인 25일까지 8일간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으로 지낸다. 이 시기에 우리는 갈라진 형제 교회들과의 일치를 간구하며 공동 기도를 바친다. 일치주간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에서 권장한대로, 가톨릭 신자들이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더불어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고 노력하는 차원에서 제정됐다.
전체 그리스도교 역사에 비해 한국 그리스도교는 그 역사가 짧지만,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들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신자들에게는 관심이 다소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일치 운동의 취지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같은 뿌리에서 나온 그리스도교인 개신교 신자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다. 오히려 불교 신자와 대화가 더 잘 통한다고 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서로의 차이점이나 교리 논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라고 기도하신 예수님 뜻을 따라 일치를 추구하려면 우선 공통분모에서부터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선을 행하여라. 공정을 추구하여라’(이사 1,17)를 주제로 한 올해 일치주간 담화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그리스도인이 마음을 모아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선을 행하고 공정을 추구함에 있어 교파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같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서로를 편견 없이 대하며 일치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시대의 불의에 맞서기 위해 서로 대화하고 연대하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