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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석촌동본당 주일학교 학생들과 부주임 윤도관 신부가 8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석촌동본당 제공 |
서울대교구 석촌동본당 주일학교 학생들이 모은 정성이 지구 반대편 브라질 빠우다코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세우는 밑거름이 됐다.
석촌동본당(주임 홍기범 신부)은 지난 8일 주일학교 미사 중 브라질에서 선교하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성금 1021만 1050원을 전달했다. 초ㆍ중ㆍ고등부 학생들이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생활 속 실천을 하며 모은 기부금 238만 1050원에 어른 신자들이 보탠 돈을 합한 액수다. 이번 성금은 브라질 빠우다코 어린이를 위한 작은 도서관을 짓고, 책을 사는 데 사용된다.
앞서 본당 주일학교 학생들은 대림 시기를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토대로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0가지를 정했다. 그리고 한 가지씩 실천할 때마다 1000원 안팎으로 기부금을 냈다. 실천 과제는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대중교통 이용하기 △배달주문 시 일회용품 받지 않기 △전기ㆍ물 절약하기 △휴대폰 사용 시간 줄이고, 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기 △쓰지 않는 물건 나눔하기 등이었다.
이날 기금 전달식에 참여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조성옥(해외 선교 담당) 수녀와 정다운(빠우다코 선교) 수녀 등은 학생과 신자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현지 사정을 전했다.
브라질 북부에 위치한 빠우다코는 수녀회가 선교를 시작한 2011년까지 성당 하나 없던 작고 가난한 시골 마을이다. 2012년 수녀회가 많은 이들의 도움을 얻어 첫 성전을 봉헌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에선 많은 신자들이 지붕도 없이 의자만 모아놓은 공소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 모임과 신심 행사를 연다. 도움이 절실한 미혼모와 자녀들도 많다.
홍지혁(레오, 중3)군은 “지구도 돌보고, 빠우다코 도서관 건립에 이바지할 수 있단 생각에 하루 하나만이라도 실천하려 노력했다”며 “환경보호 실천 중요성을 알려준 신부님과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실천한 제게도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권은세(레베카, 초5)양도 “처음 대림 실천표를 받았을 땐 숙제를 한가득 받은 기분이었는데, 제 작은 노력이 지구 반대편 친구들에게 기대와 기쁨을 줄 수 있단 생각에 의욕이 생겼다”며 “빠우다코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저희를 떠올리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민성(라파엘, 중2)군은 “방 불 끄는 습관을 들여 전기를 절약해 뿌듯하다”고 말했고, 고하은(에스테르, 초5)양은 “그동안 예쁘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문구류를 많이 샀지만, 꾹 참고 그 돈을 기부했다”고 했다.
주일학교 지도 사제 윤도관(석촌동본당 부주임) 신부는 “학생들이 혼자 하고 마는 게 아니라 가족에게도 권유해 함께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살아있는 하느님을 체험했다”며 “시니어 아카데미에 다니는 어르신들부터 생후 150여 일 만에 주님 곁으로 간 아기 이름으로 봉헌해준 가족까지, 많은 신자가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석촌동본당 주일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사순 시기에도 기금을 모아 방글라데시 카타바리 공소 주변 마을 주민들을 위한 우물을 파는 데 기부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