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주로 어떤 기도를 드리십니까? 아마 대부분이 하느님께 뭐 해달라고 얘기하는 청원의 기도일 겁니다. 돈 좀 많이 벌게 해달라, 우리 아이 시험에 합격하게 해 달라, 우리 남편 건강하게 해 달라, 올봄에는 좋은 곳으로 이사 가게 해 달라….
저도 늘 이런 기도였던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런 기도를 드리는 게 아니라서 여기저기서 간절하게 드리는 청원기도가 하늘로 막 올라갑니다. 하늘나라 입구에 있는 천사는 그 기도들을 접수하느라 몇 날 며칠 야근에 녹초가 되어 있을 겁니다.
사실 인간에게 해준 게 많은데 인간은 그것도 모르고 자꾸 더 달라고 합니다. 아침에 일하러 나가기 전에 기도를 드리다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는 그 기도의 방향을 바꾸려 합니다. 방향을 바꾸기보다 사실 기도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겁니다. 청원 기도에서 감사 기도로 방향을 바꾸려는 겁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정말 예기치 못한 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온전하게, 건강하게 살아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일을 하러 나가고, 두 다리로 걷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가족들과 즐거운 수다를 떱니다. 참 소소하고 별거 아닌 일상이지만 사실 우리의 행복은 이런 소소함이 축적되어 만들어집니다. 내게 주어진 이런 소소함에 감사하지 않으면 그 소소함마저 잃을지 모릅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하느님은 내일이라도 그걸 다시 가져가실 수 있는 분입니다. 창고에 재물이 가득하더라도 감사함을 잊는 사람이라면 내일이라도 그 사람의 목숨을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보다 자기에게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큽니다. 그래서 감사기도의 소중함보다 청원기도에 더 매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테살로니카 1서 5장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감사할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감사의 일들을 주시지만 불평하는 게 많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불평거리를 주실 겁니다. 결국, 달라고 하기 전에 지금 손에 쥔 것에 감사드려야 합니다. 그 감사기도를 빼먹고 무조건 달라고만 하는 청원기도를 드린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어느 날 한 신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88세의 할머니가 성경 필사를 하고 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에 더 겸손하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술술 잘 풀릴 때가 있습니다. 직업이 작가라서 글에 대한 평판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보통은 우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제 능력조차도 제 것이 아니라는 걸 감사 기도를 통해 알게 됩니다. 지금 저의 작은 능력조차 주님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일상은 작은 기적들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그걸 감사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기적은 먼지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겁니다. 그 기적을 붙잡으려면 하늘에 계신 우리 하느님께 계속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하루에 세 번 일용할 양식을 먹듯이 하루에 세 번 이상은 나의 일상에 찾아온 기적에 감사드리는 한 해를 만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