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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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만들어주시는 주님(정진, 로사,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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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저는 외할머니가 집에 오시면 늘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옛날에 방귀 잘 뀌는 처녀가 시집을 갔단다. 그런데 방귀를 오래 참는 바람에 얼굴이 누렇게 떠 아픈 사람처럼 보였어. 놀란 시부모가 ‘어디 아프냐’고 묻자 며느리는 ‘방귀를 참아서 그렇다’고 대답했지. 시부모는 웃으며 ‘실컷 뀌라’고 했어. 그런데 참았던 방귀가 어찌나 요란하게 터졌는지 집안 가구가 다 박살 나 엉망이 됐지 뭐니. 결국, 집에서 쫓겨난 며느리는 시아버지와 함께 말을 타고 친정으로 향했단다. 그러던 중 너무 더워서 탈진한 비단장수와 그릇장수를 만났어. 이들은 높은 나무에 달린 배를 가리키며 ‘저걸 따준다면 가진 물건 반을 주겠다’고 했지. 곧장 며느리가 나무를 향해 방귀를 뀌자 배가 몽땅 떨어져 버렸어. 그렇게 며느리와 시아버지는 그릇과 비단을 잔뜩 얻어 부자가 돼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단다.”

그 내용이 어찌나 웃기고 재밌던지. 저는 또 듣고 싶어 다시 해달라고 자꾸 졸랐습니다. 그럼 외할머니는 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바르듯이 이야기에 살을 덧붙여 들려주셨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할머니도 재미가 없으셨나 봅니다. 어느 날은 이야기 끝에 이런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방귀쟁이 며느리를 봐도 알 수 있잖니. 방귀 뀌는 게 약점이라서 시댁에서 쫓겨났지만, 그 방귀 덕분에 또 시댁을 부자로 만들어 줬잖아. 우리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주님께선 나쁜 일도 좋은 일로 바꿔주신단다.”

어린 저에게는 좀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방귀쟁이 며느리’를 워낙 좋아했던 저는 외할머니가 해준 부록 같은 말씀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됐습니다. 그 후로 어른이 된 저는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워낙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던 제가 커선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이야기를 쓰게 된 겁니다. 누구보다도 외할머니가 가장 기뻐하셨습니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특강을 할 때 ‘방귀쟁이 며느리’를 읽어줬습니다.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부록 같은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주인공한테 약점이 있고 나쁜 일이 생겼어도 그게 끝은 아니랍니다. 나중에 그 나쁜 일이 아주 좋은 일로 바뀔 수 있어요!”

그 말을 하고 퍼뜩 깨달았습니다. 그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외할머니 말씀을 제 마음에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말씀이 결국 옳았다는 것을.

저도 외할머니처럼 주님을 믿고 사랑합니다. 신앙이 없었다면, 제게 생긴 나쁜 일은 끝까지 나쁜 일로 끝나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세속적으로 판단하고 쉽게 포기하고 절망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해질 때마다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주님, 저의 고통을 주님께 온전히 바칩니다.’

그럼 방귀쟁이 며느리처럼, 주님은 제게 생긴 나쁜 일을 결국 좋은 일로 바꿔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위기를 통해 오만을 버리고, 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허약했던 마음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작가에게는 나쁜 경험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님께선 나쁜 경험을 통해 더 큰 기쁨을 느끼고, 영혼이 전보다 더 성장할 기회를 제게 주십니다. 그렇게 어린이들의 희망과 꿈을 지켜 주는 좋은 작가가 되도록 저를 이끌어 주신다고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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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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