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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마지막 자리 /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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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취재를 할 때면, 주로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촬영으로 움직임이 많은 탓에 미사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뒷자리에 앉아 있으면 비슷한 신자들을 만나게 된다.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온 신자, 다리가 불편해 앉고 서기가 어려운 신자들이다. 다른 신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혹은 성당까지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지각을 한 탓에 그들의 자리는 늘 맨 뒤였다.

다리에 힘이 없어 의자를 붙잡고 겨우 서 있는 신자를 보니 “집에서 TV로 미사에 참례하시는 게 나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에게 성당에서 참례하는 미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그렇기에 깔끔하게 옷을 입고, 미사책을 챙겨 성당으로 가는 길은 번거로운 게 아닌 설레는 여정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됐다.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신앙생활의 회복은 아직 숙제로 남았다. 오랜 시간 성당을 떠났던 신자들이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을 잊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신자들은 “성당에서 함께 성가를 부르고 기도하는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거나 “모니터를 보며 미사를 시청하는데 불과했던 신앙생활에 결핍감을 느껴 피정을 다니며 신앙적 갈증을 채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신자들은 하느님과 만나는 기쁨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자리, 성당의 맨 뒷자리는 그렇게 하느님을 기억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위해 비워져 있다.

민경화 루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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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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