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는 작별 선물로 ‘어린 왕자’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내 비밀을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마음으로 볼 때만 분명히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지난 1월에 방학 특강으로 도서관에서 어린이들과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제가 가져온 알록달록한 털실로 아이들과 ‘털실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가 제일 먼저 만들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 아이는 다음 수업을 진행하는데도 남은 털실로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었습니다. 어찌나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지,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털실로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무얼 그렇게 열심히 만들고 있어?”
“선생님께 드리려고요. 이건 ‘행운 팔찌’예요. 손목에 차고 있다가 저절로 끊어지면 행운이 오거든요!”
그 아이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 팔목에 털실로 만든 행운 팔찌를 채워 주었습니다. 그 순간, 경솔히 판단해서 수업 태도를 지적하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도 만들었어요. 가지세요!”
그 옆에 앉은 여자아이도 털실로 만든 팔찌를 선물로 줬습니다. 팔찌가 하나도 없던 제게 ‘행운 팔찌’가 동시에 두 개나 생겼습니다.
행운 팔찌는 참 좋은 팔찌였습니다. 손목에 차고 있으면 볼 때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정성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수명이 다해 끊어져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부터 행운이 오는 새로운 기쁨을 누리면 되니까요. 하나도 슬퍼할 일이 없고, 오로지 기쁨만 주는 팔찌였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기도 지향도 행운의 털실 팔찌와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계속 간직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끊어지거나 사라지면 주님께서 다른 선물을 주시리라는 확신을 하면 됩니다.
한때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저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작가의 꿈을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제게 동화작가라는 꿈을 새롭게 허락하셨습니다.
제가 쓴 첫 창작동화에 나오는 주인공도 바로 저를 닮은 이무기였습니다.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해 심술을 부리거나 세상을 원망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이무기는 다릅니다.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대신 몹시 어렵게 용이 되는 다른 이무기 친구들을 돕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승천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망을 봐주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용이 못 됐어도 ‘행복한 이무기’로 살았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아주 훌륭한 작가는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도 ‘기도하는 동화작가’로 기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진(로사,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