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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크리스퍼와 생명윤리(최진일, 마리아,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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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이하 크리스퍼)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퍼는 2012년에 등장했다. 20세기 하반기부터 유전자를 임의로 잘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은 보급되었지만, 크리스퍼는 기존 기술보다 그 정확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크리스퍼 개발자 중 한 명인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크리스퍼 개발 10년을 기념해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 10년을 전망하는 글을 실었다. 지난 10년은 크리스퍼 기술을 발전시키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인간을 위한 기술로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인공지능 등의 기술과 함께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 생명과학의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리라 예측한다.

글을 읽다 보니 지난 10년 크리스퍼 기술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대략 알 수 있었다. 더욱 정확하고 정밀하면서 안전하고 효율성이 좋은 기술 개발을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노력해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기술적인 면에서 한계가 있고,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많은 난제가 있지만, 그동안 성취한 성과들을 이제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에게 적용하여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식량문제 해결뿐 아니라 영양가 높은 작물·(물)고기 등을 생산하고, 의학 분야에서 이식을 위한 장기 생산, 유전자 치료, 약품 생산 등 그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해 보인다. 마치 눈앞에 미래의 유토피아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왜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나열해 놓은 것이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보이는 것일까? 과학자들의 놀라운 연구 성과와 미래 전망에서 무언가 찜찜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이유를 나열하자면 첫째, 국내에서도 언론매체는 과학의 가시적 성과에만 치우치는 전달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듯이, 과학자 당사자들도 자신들의 성과에 도취한 것 같다. 둘째, 그들은 생명을 기계 다루듯이 조작하고 변형하면서 그 성과물을 확인한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이해는 생명을 단순한 물질이나 기계시스템 정도로만 이해하고 인간의 생명마저도 그 조작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간배아의 유전자조작을 들 수 있다. 셋째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예를 들어 동식물을 인간에게 유용하도록 유전자나 유전 형질을 변형시킬 경우, 이것이 자연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또한, 이 연구들이 바이오산업의 이윤논리와 맞물려 비록 수단과 방법이 비윤리적이더라도 이윤추구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명체,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과학자들과 바이오산업 등이 보여주는 청사진에 비해 매우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제17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에서 생명과학분야 본상 수상자인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재범 교수의 수감 소감이 머릿속에 맴돈다. “저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생명과학을 소개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생명의 신비’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자연과학분야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생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아직은 모르는 영역이 많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신비’라는 단어를 덧대곤 합니다.”

생명을 신비로 바라보는 관점이 과학자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도 과학자들과 바이오산업이 보여주는 청사진에 현혹되어 의연 중에 생명을 특히 인간 배아를 단순한 도구쯤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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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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