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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 장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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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버로 뽑혔다는, 과분하나 기분 좋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변엔 아들 친구나 후배, 제자의 아들딸 등 정말 젊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꼭 식사 전후 기도를 올리니 어느날 아들 친구가 조심스레 물어 왔습니다. 본인은 종교가 없고 아직 종교를 갖겠다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제가 식전 식후 정성껏 기도하는 모습이 왠지 뭉클하기도 한다구요. 더구나 한평생 바쁘게 살아오신 것을 아는데, 어찌 20년 넘게 매일미사에 참례하고 정기적으로 보육원을 방문하는지 깊은 신앙심의 비결을 물어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깊은 신앙심은 없지만, 깊어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매일미사도 참례하고 보육원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고 말입니다.

매일미사 참례와 정기적인 보육원 방문은 성경 말씀이 계기였습니다. 미사참례는 둘째 아들이 대학 입시를 치른 2002년 겨울, 산란한 마음을 다잡으려 성경에서 무작위로 한 페이지를 열었을 때 ‘네가 바치는 번제물을 내가 반기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내게 직접 와서 경배하는 것을 내가 반기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섬광처럼 그 말씀이 가슴에 꽂혔고, 그날 이후 시작한 매일미사 참례가 20년이 넘어서 이젠 삶의 가장 큰 에너지 원천이 되었습니다.

보육원 방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큰아들의 생명을 건 수술 후 회복기에 있을 때 미사 중 접한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것들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제물입니다’라는 구절이 동기였습니다. 평소 이 세상에 환영받지 못하고 버려진 영아들이 가장 가슴 아픈 존재라는 생각에, 보육원 후원으로 어느 정도 위안을 삼았었습니다. 그 말씀은 주님이 제일 원하시는 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이란 걸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보육원 방문이 이제 30년 가까이 됐다’는 얘기에 아들 친구 눈빛이 조금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기도의 힘’, ‘신앙의 역할’, ‘선교’, 이런 거창한 언어는 제게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아들 친구를 보며 내면에 변화가 일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성경을 읽고 알아가려 노력했습니다. 언제 어느 때 젊은이들과 신앙과 종교에 대해 의견 나눌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가톨릭교회를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성경을 반복해서 읽고, 여러 종류의 종교 관련 서적도 읽었습니다. 특히 영국 출신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인류 조상이 몇 억 년 전 아프리카에서 뭍으로 올라 온 물고기였다니요? 그의 이론이 사실이라도 어차피 종교는, 신앙은 과학이 아니고 신비라고 굳게 믿게 됐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서적이 제법 많아질 즈음 또 한번 젊은이들과 종교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가장 즐겨 인용하는 내용은 17세기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의 얘기입니다. “나도 하느님을 본 적은 없네. 하지만 하느님이 계신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 분명 하느님이 안 계신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보다는 훨씬 결과적으로 값어치 있는 삶일 걸세.” 또 「만들어진 신」을 예로 들며 ‘내가 물고기의 후예라고 믿기보다는 창조주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게 인간으로서 더 품격 있지 않습니까?’라고 덧붙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중 한 명이 하느님을 안 믿고 경배하지 않아도 그분은 하나도 아쉬운 것이 없는 분입니다. 안 계신다고 믿는 우리가 진심으로 기도할 상황이 됐을 때, 우리가 아쉽지요’라고 얘기를 마칩니다.
장명숙 안젤라 메리치(유튜브 크리에이터 ‘밀라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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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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