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하느님께서 천사들에게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땅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을 나눠 주라고 하셨습니다. 천사들은 하느님의 선물을 잘 전달하기 위해 아주 두껍고 튼튼한 포장지인 ‘고난’을 쓰기로 했습니다. 천사들은 땅에 내려와 사람들에게 선물을 다 나눠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고난’이란 포장지가 튼튼하고 두꺼워서 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선물을 뜯다가 포기해 버렸습니다. 끝까지 참고 ‘고난’이란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잘 풀어낸 사람만이 하느님이 주신 ‘복’을 잘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천사가 전해주는 선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받은 ‘천사가 전해준 선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선물은 제가 조카를 살리기 위해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벌써 9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30대 중반이 되도록 독신이던 막냇동생이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참 좋은 신랑을 만났습니다. 어머니와 저를 포함한 언니들도 결혼 준비를 돕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아버지는 늦둥이로 태어난 여동생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가족들은 막냇동생이 슬프지 않도록, 아버지 몫까지 다하고 싶었습니다.
결혼하고 금방 동생이 아기를 가졌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도 걱정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예정일이 아직 한참 남아 있었는데도 동생이 아기를 낳고 만 겁니다. 겨우 1㎏으로 태어난 아기는 매우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네 자매 중 맏이인 저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막냇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습니다. 저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상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습니다.
“성모님, 제발 예수님께 부탁해주세요. 제 동생이 낳은 아기가 건강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저 부탁하기만 하면 성모님이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모님을 위해 희생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로선 가장 하기 싫지만, 성모님은 가장 기뻐하실 일을 한 가지 찾아서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바로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야 하는 레지오 마리애 활동이 싫어 피해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 스스로 레지오 마리애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성당 사무실을 찾아가 저녁에 하는 레지오 팀에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평생 잊지 못할 신앙의 신비를 체험했습니다. 주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 있던 조카는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잘 넘긴 뒤에 퇴원하게 됐습니다. 착하고 영특하게 잘 자라는 조카를 볼 때마다 저는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과 성모님께 감사를 드리는 성호경을 긋게 됩니다.
레지오 활동은 제가 좋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처음엔 별로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저 지루하고 고생만 하는 시간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그게 아니었습니다. 레지오 활동 안에는 성모님의 따스한 보살핌과 주님의 놀라운 축복이 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천사가 전해준 선물’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성모님께 드린 약속을 ‘희생’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끝까지 지키고자 합니다.
정진(로사,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