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수난의 길을 따라 함께 걸으며 하느님 아버지께로, 영광스러운 부활의 삶으로 나아가기를 다짐하며 기도하고 움직이는 때입니다. 이런저런 생각, 다짐, 실천…. 기도 안에서 행하고 계시지요?
뜬금없지만, ‘오빠 생각’(최순애 작사·박태준 작곡)이라는 노래 아시지요? 함께 불러봅시다.
뜸뿍 뜸뿍 뜸뿍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한 소녀가 있습니다. 서울 간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오빠가 사가지고 올 비단 구두도 소녀의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점점 시간이 흐릅니다.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건강한지…. 오빠를 걱정하며 기다립니다. 그러나 또한 오빠를 걱정하는 마음과 더불어 비단 구두에 대한 기다림도 커집니다. 잠시나마 비단 구두라도 먼저 보내주면 안 될까, 맛있는 알사탕도 함께…라는 마음도 생깁니다.
우리는 분명 예수님 말씀에 희망을 걸고,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는 신앙 안에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고자 기도하며 노력합니다.
그런데 간혹 예수님께서 나에게 허락해 주시기를 원하는 현세적인 기쁨과 안락함을 더 찾을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앞에 비단 구두가 생기기를 원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아들이나 딸을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여 예수님을 소홀히 하거나 제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분별하려고 하지도 않고 그 십자가를 피하려고만 할 때도 있습니다. 주변의 작은 이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조차도 아까워할 때도 있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내 마음의 우선순위가 흔들릴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사순 시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읍시다. 그저 지나가고 내년에 다시 맞이할 연례행사가 아닌 진정한 사순 시기를 살아봅시다. 사랑하는 예수님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새롭게 하여 예수님께서 주시는 칼로, 아프지만 단호히 분열과 대립을 쳐내고 진정 하느님 사랑과 평화를 나누어 누릴 수 있는 신앙인이 되도록, 하루하루 끊임없이 펼쳐지는 악마의 유혹을 피하고 떨쳐내도록, 우리 삶이 우선적으로 예수님께로 향하는 신앙의 태도로 채워지도록 간절한 기도 가운데 다시금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 봅시다.
“나쁜 것, 하지 말자”라는 다짐도 필요하지만, 거기에 매여 사순 시기를 단순히 자기 극기의 시간으로 채우거나 실패와 실수에 대한 자책으로 주눅들지 않도록 합시다. 그와 다르게 “좋은 것, 많이 하자. 예수님 사랑을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다짐해봅시다.
제발 저를,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제발 제가, 저희가 변화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제발 저의, 저희의 닫힌 마음이 열리도록 도와주십시오.
제발 저에게, 저희에게 상처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사순 시기…. 변화, 열림, 먼저 다가감….
앞서 십자가를 지고, 그 모든 모욕, 상처를 지고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뒤따르는 저희에게도 당신의 그 마음과 힘을 주십시오. 아멘.
김경훈 프란치스코 신부(가톨릭신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