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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북한이라는 ‘편견’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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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란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보통 굶주리는 주민들과 ‘도발’에 열중하는 독재자의 모습을 연상한다. 한반도 갈등의 평화적 해결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서로에게 신뢰가 없기 때문인데, 평화를 위한 대화나 존중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북한은 타협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악마’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대화하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 박한식 교수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북한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고 있는 재미 학자다.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난 박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전쟁의 폭력을 겪으며 자랐다. 중국의 국공 내전과 6·25전쟁까지 체험한 그는 이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대학(석사)과 미네소타대학(박사)에서 공부했다. 1970년부터는 45년 동안 조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 왔다.

박한식 교수의 특이한 이력은 50여 차례의 방북 경험에 있다. 수없이 많은 남북 및 북미 간 공식·비공식 대화를 주선했던 그는 1994년 북핵 위기의 해결을 위해 지미 카터의 평양 방문을 중재했다. 2009년 빌 클린턴의 평양 방문도 주선했던 박 교수는 ‘북미 평화의 설계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핵 문제를 초장에 무력으로 해결해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군사적 방법에는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 2017년 12월에 비밀 해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1994년 미 국방부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전쟁이 발발하면 90일 이내에 주한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 명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더 나아가 수백만 명 이상의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외과수술식 정밀공격’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최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국내에서 출간됐던 박한식 교수 회고록 「평화에 미치다」를 영문으로 번역 출간했다. 「Quest for Peace: A Memoir」(평화를 위한 탐구: 회고록)란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아마존 온라인 서점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전 세계의 영어권 독자들에게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도 변해야 하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말 북한이 변할 수 있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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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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