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를 망쳤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10주년을 맞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이하 공의회)와 교황의 관계를 취재하면서 여러 차례 마주한 말이다. 세계교회 안에는 공의회를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당연하게도 이들에게 있어 공의회 정신을 구현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교황은 공공의 적이다. 이들은 생각보다 공공연하게 교황을, 그리고 공의회를 비난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최현순(데레사) 교수에게 묻자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는 이전 공의회와 달리 단죄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공의회가 추구하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흔히 언론에서 ‘보수파’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종 때에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추종하는 ‘보수파’와 교황의 갈등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보수파’가 추종한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공의회가 왜 최고의 교도권을 지니는 지를 밝힌 신학자였고, 교황 재임 중에도 끊임없이 공의회의 올바른 이해를 강조했다. 2012년에는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리면서 ‘신앙의 해’를 성대하게 개막하기도 했다.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만큼이나 중요한 공의회의 정신은 ‘원천으로의 회귀’(Resourcement)다.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일까. 전통을 보존하고 지키려 하는 것이 보수라면 ‘원천’을 지키려는 공의회와 그 정신을 실현하는 교황이야말로 보수 중의 보수다. 무엇인가를 애써 지키고 있다면 혹시 정말로 지켜야할 것을 잃어버린 채 지키려는 태도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승훈 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