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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그렇게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박민규 가롤로(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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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저는 게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처음 나온 엄마는 자기소개도 하지 못할 정도로 울먹이며 마이크를 내려놨다. 먼저 겪은 부모들은 이 과정을 모두 이해하는 듯 자연스레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결코 가벼운 조언 정도가 아니었다. 살을 깎는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고민하며 연대해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깨달음이자 지혜였다. 그러면서 환하게 짓는 미소에서는 어떤 험한 산도 품을 수 있는 여유가 느껴졌다.

“울고, 부정하고, 분노합니다.”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모든 부모가 겪는 과정이라고 했다.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도 있지만, 모임에 나온 부모들은 적어도 이해하기 위해 시도는 해보는 이들이다. 그저 스스로 생을 포기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귀를 기울이다 이제는 자녀의 더 없는 지지자이자 조력자가 된 부모도 있다.

커밍아웃 후 부모와 너무 심하게 부딪혀 다른 부모들의 위로를 받고자 홀로 모임을 찾은 성소수자에게 부모들은 위로인가 싶을 정도로 강하게 얘기했다. “부모와 떨어져. 일단 네가 먼저 살아야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부모 입에서 부모와 떨어지라고 한다.

나아가 부모모임 홍정선 대표는 아들이 커밍아웃한 후의 지금 삶이 훨씬 더 행복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것 같다고까지 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홀로 세상 한가운데에서 떨고 있는 자녀를 비로소 마주한 것이다. 그렇게 부모가 되어 간다.

성경과 교리 안에서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며, 교회도 할 수 있는 차원에서 품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는 와중에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은 교회 밖인지, 안과 밖의 경계선인지 모를 곳에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고 체험하고 있다. 그렇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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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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