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저 괜히 보내셨겠어요? 어떻게든 이웃에게 보탬이 돼라고 보내셨겠죠.”
오는 17일로 요셉의원에서 15년간의 병원장직을 마치는 신완식(루카) 병원장은 그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신 병원장을 7일 cpbc 본사에서 만났다.
신 병원장은 2008년 4월 18일 선종한 선우경식 원장의 뒤를 이어 이듬해인 2009년 3월 27일부터 요셉의원 병원장을 맡게 됐다. “당시 제가 감염내과 교수였는데 평소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당시 가톨릭중앙의료원장이셨던 고 최영식 신부님께 의논을 드렸더니 ‘요셉의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주님과 이웃을 위하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거죠.”
신 병원장이 부임했을 당시, 고 정진석 추기경은 “요셉의원은 전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직접 당부했다. 하지만 요셉의원에서의 진료는 만만치 않았다. “당뇨병 환자였는데 상태가 악화해서 약을 좀 바꿔야겠다고 했더니 화를 내더라고요. 선우경식 선생님이 주신 약을 먹고 잘 살아왔다고 하면서요. 제가 낯설고 불편했던 거죠. 돈을 안 낸다고 자신을 무시한다고 오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초창기 환자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환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이야기하려 했고, 환자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한 번도 소리 내어 말한 적 없는 언청이 환자가 치료 후 소리를 지르며 요셉의원을 뛰어다녔던 일, 목욕을 하지 않던 할머니가 요셉의원에 와서 목욕도 하고 건강을 회복해 갔던 일, 큰 금액은 아니지만 복권에 당첨된 환자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봉투를 놓고 갔던 일까지. 모두 신 병원장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일들이었다. “귤 한 개, 초콜릿 한 개를 놓고 가면서 드시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그분들이 제게 주시는 고마움의 작은 표현들이죠.”
신 병원장은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 이가 셀 수 없이 많지만, 특별히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묵묵히 요셉의원에 오셔서 봉사해주시는 분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봉사하면서 제게 좋은 의견도 많이 주시고,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착한 사마리아인들이십니다.”
신 병원장은 “요셉의원은 저를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준 곳”이라며 “교수 생활만 했다면 혹여 교만에 빠질까 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저를 새롭게 이끌어준 곳”이라고 했다.
“요셉의원은 주님의 은총이 가득한 곳입니다. 이제 병원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어지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봉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 힘이 닿고,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한 요셉의원에서 계속 봉사하려 합니다.”
신 병원장은 17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 미사 후 열릴 요셉의원 병원장 이취임식에서 감사패를 받으며 병원장직을 공식 마무리한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