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학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노력해온 재일한국인 오충공(68) 감독이 제2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했다. (사)저스피스(이사장 김지현)는 1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제25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을 열고, 오충공 감독에게 상패와 메달, 상금 2000만 원을 수여했다.
195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오충공 감독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40년간 학살 사건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을 모아 영화를 제작해왔다. 1983년과 1986년에는 조선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감춰진 손톱자국 :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불하된 조선인 : 나라시노 수용소’를 발표해 일본 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관동대지진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1923 제노사이드, 100년의 침묵, 역사 부정’(가제)을 선보인다. 오 감독의 영화들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 진상규명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김지현(유스티노) 이사장은 오 감독을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관동대학살 100주년을 맞아 이를 새롭게 조명해 피해자들의 덧난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 화해하여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며 “생전 지학순 주교님이 지향하시던 정의, 평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감독은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연구하고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오 감독은 최근 한ㆍ일 양국의 역사 인식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오 감독은 “최근 일본은 역사 수정주의를 넘어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고, 한국 내에서는 진상규명 요구를 ‘반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것을 ‘반일’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 감독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라며 한국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오 감독은 “조선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지 100년이 됐지만, 역대 대통령 누구 하나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재일조선인만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생을 바친 고 지학순(1921~1993) 주교의 뜻을 기리고자 1997년 제정됐다. (사)저스피스는 세계의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활동가ㆍ단체를 선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