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일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 발표」를 통해 바이오헬스 신산업 분야 7개 항목에 규제를 혁신해 글로벌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7개 항목은 혁신적 의료기기, 혁신·필수 의약품, 디지털 헬스케어,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유전자 검사, 뇌·기계 인터페이스-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 인프라이다.
일주일 후 보건복지부는 7개 핵심 분야 규제 개선을 위한 세부 사항에 배아·태아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를 명시하고, 올해 6월 예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가 왜 바이오헬스 신산업 분야인지 의문이다. 관련 부처에 의하면, 과학기술 발전을 반영한 유전자 검사 시행을 위해, 현재 금지·제한된 유전자 검사범위를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이 이유가 석연치 않다.
현재 법적으로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 질환은 총 137개 항목(2022년 3월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이다. 그런데 배아와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는 대부분 치료의 목적이 아니다. 우선 배아에게 시행되는 유전자 검사는 우생학적 성격을 가지고 배아를 선별하기 때문에, 선별되지 못한 배아는 파괴되거나 유전학 연구를 위해 실험에 이용된다. 태아에게 시행되는 산전 진단의 경우도 치료 목적보다는 대부분 낙태할 목적을 가진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했으니, 유전자 검사의 대상을 확대하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배아와 태아를 선별하자는 것인가?
어떤 부부가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를 갖게 됐다. 병원에서 산전 진단검사 권유를 받고 아이에게 유전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부는 심각하게 낙태를 고민하였지만, 깊은 신심으로 결국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아이는 정상이었다. 임신 기간 내내 부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를 낙태했다면 검사에 오류가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병원은 산전 진단을 권유한 후 태아에게 유전 질환이 있다고 통보한 후 낙태를 하게 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유전자 변형은 매우 미소하여 염색체 구조에 가시적인 변형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유전 질환의 발현은 유전자검사만으로는 밝힐 수 없다. 우리 몸의 유전자는 DNA에 들어있지만, 유전 질환은 그 유전자가 단백질로 전환될 때 발현된다. 그런데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는 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우리 각자가 몸 전체에 가지고 있는 DNA의 총 길이는 약 20조 미터에 달한다. 그중 유전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2 정도이고, 80 이상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 기능을 수행한다. 이 2에 비해 80 이상이 스위치라는 것은 그만큼 유전자 발현에 우리 몸이 매우 신중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스위치는 다양한 환경에 반응하여 조절된다.
또 다양한 유전자들이 상호작용으로 유전자가 발현될 수도 있기 때문에 동일한 유전 정보로 다른 결과들이 도출될 수 있다. 즉 DNA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면서 유전자는 발현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묵과한 채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관련 부처는 배아와 태아의 유전자 검사 범위를 확대하여 유전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고를 국민들에게 확산시키려는 것일까? 그래서 생명을 가볍게 보고 유전자 정보로 인간 생명을 차별하려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일까? 보건복지부는 과학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은 모두 적용해 봐야 한다는 사고에 심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정책적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최진일(마리아,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