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제가 되려고 했다가 의사가 되어 하느님으로부터 좀 벗어나 있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다시 불러주신 것 같아 무척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쪽방촌의 흰옷 천사’로 불리며 어려운 이들에게 의료 봉사를 해온 고영초(가시미로) 전 건국대학교병원 교수가 17일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 제5대 병원장에 취임했다. 고영초 신임 병원장은 고 선우경식 원장의 설립 이념을 따라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 곁에서 함께하게 됐다.
요셉나눔재단법인은 17일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성 요셉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요셉의원 병원장 이·취임식을 했다. 행사에는 법인 이사장 유경촌 주교를 비롯해 사제와 수도자, 신자, 요셉의원 관계자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선우경식 선생님의 모범을 따라 요셉의원 2대 의무원장이자 4대 병원장으로 2009년부터 지금까지 헌신해오신 신완식 선생님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리고 새로 병원장에 취임하신 고영초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고 신임 병원장은 미사 후 이어진 이·취임식에서 “홍근표(요셉나눔재단법인 사무총장) 신부님께서 처음 원장직을 제안하셨을 때 기뻤고, 설렜다”며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것 같아 감사하게 화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분이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시리라는 것을 믿고, 큰 걱정 없이 병원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경촌 주교도 “병원을 만들어주시고 이끌어주신 하느님께서 신완식 원장님을 통해 역사해 주신 것처럼 앞으로 고영초 새 병원장님을 통해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축하했다.
고영초 신임 병원장은 1977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 1985년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시작으로 건국대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달 퇴임했다. 사제가 되고자 소신학교에 다녔던 고 병원장은 의과대학에 들어간 것을 하느님 부르심으로 여기고 1973년 재학 중 가톨릭학생회에 가입, 매주 쪽방촌 등 의료 취약 지역을 찾아가 봉사했다. 의사가 된 뒤에도 라파엘클리닉과 요셉의원, 전진상의원 등에서 40년 넘게 어렵고 병든 이들을 치료했다.
한편, 요셉의원 2대 의무원장이자 4대 병원장으로 15년간 봉사한 신완식 병원장은 계속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신 병원장은 “요셉의원에 처음 왔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일을 잘해낼 수 있었다”며 “요셉의원 가족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계속 함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