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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나이 들어 다시 배운다는 것 /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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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참가한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45분 기록으로 완주했어. 내 마라톤 사전에 걷는 법은 없지.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달릴 뿐이야. 레이스 내내 ‘나는 자유다’를 외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떠오르더군.”, “틈틈이 익힌 대금 실력을 남들 앞에서 써먹으니 참 좋아. 며칠 전엔 요양원 어른들 합동 생일잔치에서 연주했지.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하니까 나도 힐링을 받더라구.” 60대에 자신의 특장점과 루틴으로 보람을 찾는 동갑내기 친구 두 명의 얘기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필자는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한 해를 보내고 2학년으로 올라섰다. 학년이 바뀌니 많은 변화가 따른다. 강의실이 1층에서 2층으로 자리바꿈했고, 수업의 질은 물론 강도까지 상향됐다. 공동체 미사 때 ‘복음 묵상 나눔’의 몫은 덤이다. 게다가 미사에서 해설, 독서, 제대, 꽃꽂이 부문으로 나눠 봉사하고 있다.

그런데 교리교사와 선교사 양성이 존재 이유인 교리신학원에 원치 않는 변화가 닥쳤다. 신입생 모집에서 야간 종교교육학과가 정원 15명을 채우지 못했다. 아쉽게도 폐강의 불똥이 튀었고 같은 학과 2학년은 후배 기수가 없는 신세가 됐다.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오면 학과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25명으로 시작한 주간 교리교육학과 1학년의 처지도 비슷하다. 11명의 수녀와 수사님이 원서를 내지 않았다면 기준선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교리신학원 이야기를 길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안타깝기 때문이다. 강의실이 북적였다는 코로나19 이전과는 왜 딴판일까? 이런 추세라면 올해 65주년을 맞는 교리신학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연말 학우들과 신입생 모집 안내문 발송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대교구에 본당이 233곳인데 5곳 중 한 곳씩만 보내줘도….” 우편물을 준비하면서 순진하게도 즐거운 상상을 해봤다. 교무과에선 주보에 광고를 수차례 실었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왜 그럴까? 학우들끼리 삼삼오오 속내를 나눴다. 은퇴하거나 노후에 시간 여유가 생긴 우리가 배움의 욕구와 예비 교리교사의 꿈을 안고 모인 신학원. 사실 60대 이후에 깊이 있는 학업을 따라가기가 버겁고 학비 부담도 작지 않았다. 시각을 달리하면 교우들에게 나이 들어 배움이 즐겁다기보단 이른바 ‘귀차니즘’이 작동하는 게 아닐까. 사제성소 감소 탓에 교구별 신학교 입학생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까지 감안하면 유감스럽다.

아무튼 상급반에 오르고 3월이 되자 몇몇은 일자리를 찾아 이탈했다. 재취업을 축하하면서도 동도수학(同道修學) 학우가 하나 둘 떠나니 남은 자들의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그 후 우리는 순번에 따라 고리기도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면서 서로 완주를 격려하게 된다.

여기서 ‘그들만의 리그’ 또는 ‘수익자 부담 원칙’ 얘기만 하면 해법이 못 된다. 교리신학원부터 커리큘럼 조정과 학생 유치 프로그램 다듬기가 ‘발등의 불’이 됐다. “우리는 복음화를 위한 사도적 열정에 대한 교리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도 수요 일반알현 교리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대교구는 교리신학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각 본당에서도 소속 신자에게 약간의 수업료 지원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만물이 생동하는 4월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덩달아 활력을 얻는 요즘이다. 평생 지속해야 할 공부가 많은 이들의 즐거움과 루틴이 될 수 있기를…. 뿐만 아니라 예비자 교리교사의 산실인 교리신학원에 다시 활기와 열정이 넘치기를 소망해 본다.
고계연 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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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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