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 전양환(레오) 교수, 바티칸 천체관측국 학술대회와 후속 연구 담은 「물리학, 철학…」 책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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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종교를 오류와 미신으로부터 정화할 수 있고, 종교는 과학을 우상과 거짓의 절대성으로부터 정화할 수 있습니다. 과학과 종교는 보다 넓고 풍요로운 세상으로 서로를 이끌 수 있습니다.”
3월 10일 출판된 「물리학, 철학 그리고 신학-이해를 위한 공동 탐구」의 책임 번역자 전양환(레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빌려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요청으로 1987년 열린 바티칸 천체관측국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나온 내용을 엮은 결실이다. 각 분야 20여 명의 전문가들은 당시 학술대회에서 진행된 공동 탐구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에 착수했고, 그 결과를 책에 담았다. 30여 년의 간격과 7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전 교수는 “과학과 종교가 각자의 온전함을 유지하면서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까지도 없다”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를 ‘과학과 영성’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과학은 우리가 느낄 정도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문화적 상황에 맞게 신학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학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하느님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움을 줘야 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초한다.
특히 전 교수는 몇 년간 학교에서 ‘과학과 종교’를 주제로 선택 과정 세미나를 진행했던 경험을 나누며 이번 책 주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주장이 있었고, 교회를 비판하거나 무신론을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영성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일종의 신앙 고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걱정을 많이들 하지만, 저는 교회가 젊은이들을 보듬어 줄 방식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과학과 종교는 신앙을 접하게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주제입니다.”
아울러 “오랫동안 사변철학으로 설명하던 난해한 신학적 과제들을 오늘날에는 현대 과학의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과학의 발전은 신앙 교리를 더 잘 설명할 기회가 된다고도 밝혔다.
전 교수는 과학과 종교에 관한 연구는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는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끼칠 신학자, 철학자, 과학자가 많다”며 “이들이 교회 안에서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난 유연한 시스템 구축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우리의 신앙은 언제나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기도하는 체험적 삶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은 하나의 실재입니다. 과학이 주장하는 세상과 신학이 교리적으로 설명하는 세상은 똑같은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알게 되는 세상은 바로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세상입니다.” 책은 전국 교계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