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 서울대교구 세 번째 기림 미사 봉헌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 세 번째 미사로 ‘김홍섭 판사 기림 미사’를 봉헌한 후 주교단과 함께 신자들에게 강복하고 있다.
김홍섭 판사
“천주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살아요. 다 잘 될 거요. 그리고 나는 행복하게 살다 가오.”
사도법관 고 김홍섭(바오로) 판사는 세상을 떠나기 전 아내 고 김자선(엘리사벳) 여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판사는 모든 삶을 신앙 안에 뒀다. 법조인으로서 법과 양심에 따른 삶을 살았으며, 재속 프란치스코회원으로서 프란치스칸 정신인 가난과 형제애를 실천했다.
서울대교구는 1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기억하다·빛과 소금이 된 이들’ 세 번째 미사로 ‘김홍섭 판사 기림 미사’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했다.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은 김 판사의 모범을 따라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기도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김홍섭 판사는 하느님의 백성을 모아드리기 위해 깊은 헌신의 삶을 산 법관이었다”며 “하느님의 정의와 다스림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사법제도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했다”고 기렸다.
그러면서 정 대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평신도는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복음의 정신을 실천하고 증언하는 존재이며 자신의 삶의 현장을 복음화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존재’라고 표현한 것을 언급하며 “김 판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인물이지만, 공의회가 제시한 평신도 상을 놀랍도록 풍성하게 살았다”며 “그의 모범은 수많은 동료 법관과 직원,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가톨릭 신앙으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 대주교는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우리 또한 김 판사가 바랐던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김 판사의 차남 김계훈(요한 세례자)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를 비롯해 유족 16명과 가톨릭서울법조회(회장 봉욱 변호사) 회원, 신자 450여 명이 참여했다.
김홍섭 판사는 1915년 전북 김제군 금산면 원평리에서 태어나 1926년 원평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40년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1945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했다가 1946년 판사로 자리를 옮겨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1953년 세례를 받은 그는 이후 수많은 죄수를 사랑으로 돌보며 신앙으로 이끌었다. 1964년 재속 프란치스코회에 입회했으며, 전주 치명자산 유중철(요한)·이순이(루갈다) 동정부부 순교자 묘를 날마다 참배하고, 순교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