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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의심하고 질문하는 신앙 /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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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엔 5월 초 한국에 오는 토마시 할리크 신부님의 강연 행사를 앞두고 그분의 책을 집중해서 읽고 있습니다. 사회학, 철학, 심리학 박사인 체코 출신의 할리크 신부님은 공산정권 시절 대외적으로는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비밀리에 사제품을 받고 지하교회에서 활동하던 분입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무신론자가 많은 체코에서 사제로 살면서, 신앙에 회의적이거나 무신론자로 자처하는 현대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관심이 많은 신학자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인생 여정을 담담히 고백한 글을 보면, 그 자신도 사제이지만 하느님을 느낄 수 없는 어두운 밤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습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며 무신론적 세계관을 강요하던 학교 교육에 의문을 품었던 사춘기 소년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영적 갈망을 따라 가톨릭 신앙에 입문했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며 사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투신하던 시절에는 한없이 뜨겁게 타오르던 신앙의 열정이, 정작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된 이후에 오히려 하느님을 체험할 수 없는 차가운 교회 현실 앞에 부딪혀 길을 잃은 듯 방황하게 됩니다.

그의 책은 이러한 경험과 현실에서 참된 신앙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 즉 신앙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 영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현재의 교회에서는 답을 찾지 못하는 이들, 신이 없다고 여기는 무신론자들과 계속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런 대화 속에서 신앙의 진리를 안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오히려 참된 하느님을 만나는 데 무관심하고, 하느님이 정말로 있는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질문하는 이들이 그분을 먼저 만날 수 있겠다는 신앙의 역설을 발견하게 됩니다.

할리크 신부님이 제기하는 여러 신앙의 질문들을 읽고 묵상하면서, 문득 오늘 복음에 나오는 토마스 사도의 집요하고 고집스러운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언뜻 확실한 믿음의 증거를 요청하는 토마스 사도를 힐난하는 것처럼 보이고, 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말씀은 질문하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요구하는 것처럼도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질문하지 않는 맹목적 신앙이 어떤 위험에 빠지기 쉬운지는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나는 신이다’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 61개국에서 ‘종교적 성향과 실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갤럽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종교활동 참여 여부와는 별개로 자신이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세계 평균은 62인데 한국은 36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34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율이 높고, 특히 20대 젊은이들은 무신론자가 5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신교 쪽에서 발표한 다른 조사에서도 종교인구는 36.6에 불과하고, 무종교인이 63.4로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믿는 종교가 없다고, 하느님은 계시지 않다고 회의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점점 늘어난다는 현실은,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세례를 받았으니 그걸로 믿음이 완성되었다는 듯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 신앙인들에게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믿는 거냐?”라고 되묻고 있는 듯합니다. 토마스 사도는 자신이 직접 신앙체험을 하기 전까지는 불확실한 믿음에 안주하지 않은 덕분에 마침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었고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며 뜨거운 신앙고백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에도 부활을 증거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의심하고 질문하는 신앙이 더 진중하게 요구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영 발비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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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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