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는 신자에게 십일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진 않지만, 신자라면 누구나 교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형편에 따라 교무금을 정성껏 봉헌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사진은 교무금 통장과 교무금. 가톨릭평화신문 DB
천주교의 교무금과 개신교의 십일조는 같은 건가요?
십일조(十一條)란 본래 구약 성경의 율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신이 벌어들인 재화의 십분의 일을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는 신자에게 십일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신자라면 누구나 교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하여 형편에 따라 교무금을 정성껏 봉헌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미사 때 바치는 헌금은 주님 제단에 자신의 소출의 일부를 바치는 봉헌 예식을 대신하지만, 교무금은 교회를 유지하는 데 일조해야 할 신자의 본분에 속합니다. 대개 성탄 전에 가정마다 교무금을 새로 책정하는데, 원칙적으로 본인이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에 맞게 이루어집니다. 개신교의 십일조 형태는 아니더라도 한국 천주교는 하느님께 일정 기금을 봉헌하는 것을 신자의 기본 의무로 강조합니다.
개신교는 개별 교회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헌금과 십일조는 교회 운영과 유지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천주교처럼 교구와 세계 교회가 연결되어 하나의 교회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개신교는 개별 교회 자체적으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교회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개신교 또한 연합회나 협의체로 결합되어 이를 운영하는 데 일부 재정을 분담하고 있지만, 대개 개별 교회 운영에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따라서 개신교 교단 가운데에는 십일조를 신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신자 됨을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로 여기는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개신교 목회자들은 설교에서 십일조를 하느님의 축복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천주교의 교무금과 개신교의 십일조는 제도 교회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정 원천입니다. 교회가 돈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를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돈을 죄악시하거나 무시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돈을 교회운영 중심에 두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지만, 교회의 구성원인 신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교회 유지의 의무를 자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개신교 신자가 술·담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 사이에 음주와 흡연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습니다. 흔히 천주교는 술과 담배에 관대하고 개신교는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 성경에는 술에 취하여 방탕하지 말라는 말씀이 나옵니다(잠언 31,4 참조). 바오로 서간도 술에 취하지 말라는 말씀(에페 5,18)과 함께 교회의 봉사자는 술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1티모 3,8 참조).
그러나 성경에는 술과 담배와 같은 기호 식품을 무조건 금지한다는 말씀은 없습니다. 오히려 구약의 선조들은 잔치에서 술을 즐겼고, 예수님께서도 식탁에서 포도주를 나누는 전통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문제는 술에 취하여 방탕해지거나 중독에 빠질 정도로 자기 몸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성전인 몸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나친 음주와 흡연이 자신의 건강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서구 교회와는 달리 한국 개신교가 술과 담배를 엄격하게 금지하던 전통은 경건주의 사상을 가진 개신교 선교사들이 정한 지침에서 유래합니다. 농경 사회로서 음주와 흡연이 일상화되어 있던 한국 선교 초기에, 술에 취하여 절제력을 잃고, 담배에 중독되는 것이 경건한 신앙생활에 방해된다고 판단한 선교사들이 신자들에게 금주와 금연을 명하였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한국 개신교의 전통이 된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구세군과 침례교는 술과 담배를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은 금주와 금연을 법으로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앙인의 표양으로 금주를 실천하고 담배와 같이 몸을 해롭게 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하느님의 성전인 몸을 잘 지키고 성경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천주교가 술과 담배에 관대하다고 해서 술에 취하여 방탕하거나 담배와 같은 기호 식품에 중독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천주교나 개신교 신자 모두 음주와 흡연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절제가 필요하며,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경건한 신앙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