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개신교 신자가 천주교를 마리아교로 오해하고는 합니다. 천주교가 마리아를 숭배하고 있다고 여기고 이를 우상 숭배로 비난합니다. 천주교가 마리아를 신처럼 숭배하거나 흠숭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구원 역사에 가장 훌륭하게 협력하신 분이시기에 공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개신교 신자는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마리아 공경에 대한 신심은, 초대 교회 박해 시대의 지하 묘지(카타콤바)에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안고 계시는 벽화가 있다는 사실로도, 성모님 공경의 전통이 초대 교회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개신교 신자가 성모님을 공경하지 않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교회가 마리아를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로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가장 중요한 협력자이자 ‘하느님의 어머니’(431년 에페소 공의회)로 공경하였음에도 마르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 개혁가들은 17세기 이후 가톨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오직 그리스도만으로’의 원칙 아래 마리아 공경의 전통을 이도교의 신심과 결합된 왜곡된 신앙으로 오해하였습니다.
둘째, 19세기에 선포된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1854년)와 ‘마리아의 승천’(1950년) 교리는 초대 교회 때부터 신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오랜 전통이자 깊은 신학적 통찰의 결과임에도 오직 성경에 기록된 것만을 계시된 진리로 이해하는 개신교의 입장에서는 이 두 교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셋째, 천주교 신자가 성모 신심을 예수님의 구원 섭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 면도 없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가톨릭이 지켜 온 마리아 공경에 대한 다양한 형태가 ‘모성’과 더 긴밀히 결합되면서 성모 신심이 가톨릭 신앙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친 것도 사실입니다. 성당 앞에 있는 마리아 상에 절을 하거나 묵주를 가지고 다니며 기도하는 신자의 모습, 또 예수님보다 성모님을 신앙의 한가운데에 두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개신교가 천주교를 ‘마리아교’ 또는 ‘우상 숭배’라고 오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헌장’은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과 동등한 구원자가 아니라 교회의 지체이자 어머니이시며 동시에 우리 신앙인의 모범으로서 공경받아 마땅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루카 1,28 참조) 분으로서 당신을 ‘주님의 종’으로 바치시며 평생을 하느님의 뜻에 헌신하셨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성모님께서는 인류 역사에서 그 누구보다 예수님의 탄생부터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는 구원 역사에 가장 깊이 관여하신 분이시기에 그리스도인이라면 성모님께 공경을 드리는 교회의 전통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