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변화와 위기로 둘러싸인 도전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가능성이자 기회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성숙해지는 것은 위기를 통해서이며 성숙한 신앙만이 이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세계적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체코 프라하 카를대학의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이 방한해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변화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한국 신자들과 나눴다. 할리크 몬시뇰은 1~2일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에서 열린 ‘포스트 코비드와 한국 교회’, ‘변화하는 시대의 신앙의 길’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우리의 신앙은 아브라함처럼 미지의 길을 따라 알지 못하는 미래로 모험을 떠나기 위해 두려움과 용기 부족으로 쌓은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우리의 많은 개념, 생각과 기대, 여러 형태의 신앙, 많은 형태의 교회와 신학은 사라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 속에 살고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 시대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와 함께 정치적, 문화적, 도덕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변화의 속도와 범위, 깊이는 그간 확실하다고 여겨온 것들을 전반적으로 뒤엎고 있다. 또 전통의 종교적 확신이 무너진 뒤 나아가 세속적, 인본주의적 확신마저 흔들리며 제도에 대한 신뢰와 전문가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할리크 몬시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문 닫힌 교회’를 예언적인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진정한 개혁, 특히 영성의 심화를 거치지 않는 한 머지않아 대부분 교회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기심과 물질주의 유혹이 커지는 사회, 세대 간 갈등이 불러오는 반목, 군중 속 외로움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교회의 도전과 어두운 사회 현실에 △친밀함의 문화 △일치의 영성 △시노드 교회를 해법으로 강조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그리스도인의 과제는 ‘친밀함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며, 이는 즉 세계화 과정을 상호 소통, 존중, 협력의 과정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그리스도교가 이 위대한 역사적 과업을 성취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오늘날 교회가 깊이 쇄신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 쇄신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달리타스 요청으로 시작됐다고 확신하며, 함께 걷는 길로서의 교회인 시노드적인 교회만이 세상 치유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어 할리크 몬시뇰은 “시노드다운 교회는 교회 내부의 소통뿐만 아니라 더 깊고 넓은 에큐메니즘(일치운동)을 심화해야 한다”며 “에큐메니즘은 그리스도적 사랑의 한 형태이다. 다른 교회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걷고 주변의 다른 종교 신자들과 영적 구도자들과의 나눔을 심화해야 하며 종교와 사회,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할리크 몬시뇰은 “시노드의 개혁은 교회의 다른 형태, 즉 상호 의사소통 관계망으로서의 교회로 이어져야 한다”며 “먼저 하느님과의 소통을 심화해야 주교, 사제, 평신도 사이의 소통이 깊어지고,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타 종교, 타 문화와의 형제적 대화도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할리크 몬시뇰은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더 성숙한 형태의 그리스도교로 깊이 나아갈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리스도교의 역동적인 특성을 되살리고 심화시킬 때”라며 “새로운 복음화는 살아 계시고 부활하시며 변모시키시는, 보편적 그리스도를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