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기뻐하소서!” 짙은 어둠이 깔린 1일 저녁 8시. 서울대교구 연희동본당(주임 류시창 신부) 청년들이 바치는 성모송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온다. 본당의 비대면 청년기도모임 ‘프레희(喜)’가 열린 시간이다. 이날에는 기도 모임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년 8명이 함께 기도를 바쳤다.
다 같이 모여서 하는 일반적인 기도 모임을 상상하지 마시라. 이 젊은이들의 기도 모임은 다름 아닌 화상 채팅앱 ‘구글 미트(meet)’에서 열렸다. 기도회 링크는 본당 청년회 SNS 채널을 통해 미리 공유됐고, 기도 지향도 채팅창을 통해 알려졌다. 기도할 때 굳이 카메라를 켜지 않아도 좋다. 자유롭게 참여하고, 기도에 함께하기만 하면 된다.
비대면 기도 모임에 참여하는 각자의 공간도 다양하다. 집에서 참여하는 이, 퇴근길 버스 안에서 참여하는 청년도 있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학교 도서관에서 기도 모임에 참여한 김인겸(안드레아)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될까 봐 직접 기도를 소리내어 바치진 못하고, 기도 소리를 들으며 마음으로 함께했다”며 “이것만으로도 시험 스트레스가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연희동본당 청년연합회(회장 최정은 비아)는 5월 25일부터 20주간 매주 목요일 밤 8시마다 비대면 기도 모임 ‘프레희’를 마련했다. ‘프레희’는 기도(Pray)의 기쁨(喜)을 합친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간 위축된 본당 청년 활동이 다시 활성화되길 바라는 젊은이들 스스로의 바람이 함께 담겼다.
본당 청년연합회 최정은(비아) 회장은 “본당 활동과 신앙생활을 잠시 쉬는 청년까지 모두가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신심 활동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에 따라 비대면 기도 모임을 만들게 됐다”며 “비대면 형식이라 언제 어디서든 기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호 보좌 신부는 “처음 청년들의 제안을 듣고 기도하는 기쁨을 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여기고, 때마다 동참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연희동본당도 여느 본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청년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본당에서 활동하는 20~30대 청년 수는 50명 남짓으로, 청년회를 포함한 8개 청년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겹치며 신규 유입 청년 신자가 줄고, 새내기 본당 청년들의 주일학교 역할을 하던 ‘청년배움터바오로’가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본당 청년회 이민우(리노) 총무는 “신규 유입 청년이 줄면서 본당 내에서 청년들이 활동하며 낼 수 있는 목소리도 같이 줄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모임의 초점이 ‘보다 열린 공간’에 맞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쫓겨 신앙의 기쁨을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청년들도 프레희를 통해 비교적 자유롭게 ‘기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본당 청년회 홍보담당 이예영(제노비아)씨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 기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게 프레희의 장점”이라며 “더 많은 청년이 ‘기도의 기쁨’을 느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