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자와 신자들 머리 맞대고 중장기 사목 계획 준비, 실천 시노드 정신 ‘소통’ 이뤄지니 미사 참여자 증가 등 활기
서울 청파동본당 주임 박범석 신부와 본당 사목평의회 임원진이 4일 열린 사목평의회 월간 회의에 참석해 본당 사목 활동 실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파동본당(주임 박범석 신부)이 코로나19의 신앙 공백기를 지나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앞으로 본당 공동체가 실천해나갈 내용을 담은 중장기 사목 계획을 전신자와 함께 마련해 눈길을 끈다.
최근 청파동본당 주보에는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공지문이 실렸다. 본당 사목 계획을 담은 ‘사목협의회 실천 계획(안)’이었다. 짧게는 앞으로 1년간 실천할 내용을 담은 단기 계획부터 3년간의 중기 계획, 5년간 펼칠 장기 계획까지, 기간별 본당의 사목 계획이 빼곡히 적혔다.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면서 다시금 공동체의 새 출발을 알린 본당의 의지를 드러내는 계획안을 마련한 것이다.
코로나19 시기 여느 본당처럼 청파동본당 역시 침체기를 겪었다. 미사 참석 인원 감소는 물론, 성가대와 신심 단체, 주일학교까지 본당의 모든 활동이 위축됐다. 권순오(율리아나) 본당 여성총구역장은 “사람들의 왕래가 얼마나 줄었는지 성당 안에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곰팡이가 슬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본당 새 주임으로 박범석 신부가 부임하면서 본당 분위기도 변하기 시작했다. 박 신부는 본당 공동체 재활성화에 나설 뜻을 밝히며 부임 직후인 지난 3월, 본당 사목평의회 임원진은 물론, 구역 반장까지 본당 신자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본당 구성원 전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그리고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목 계획안을 만들어 전 신자에게 공개했다. 신자들은 이 계획에 따라 본당 재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단기(1년)ㆍ중기(3년)ㆍ장기(5년)로 나눠 밝힌 계획은 복잡하진 않지만, 일목요연하다. 1년 동안 휴대전화 울림 방지 안내와 건의함 설치하기부터 앱으로 성경 쓰기, 미사 후 1분 교리 등 작지만 알찬 계획들이 채워졌다. 중기인 3년째에는 주일학교의 체계적인 프로그램 실시부터 이단 교육, 동네 주변 청소, 문화생활을 통한 신심 키우기 등 그간 본당이 했지만, 사목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시기를 이때로 잡았다. 5년째에는 공동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 마련, 봉사교육과 양육교육을 위한 교육 시스템 마련, 수녀님 모셔오기로 잡았다. 사목자와 신자들이 함께 설정한 5년간의 25가지 계획이 마련된 것이다.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만으로도 본당은 활기를 찾고 있다. 100명 안팎에 불과했던 주일 교중 미사 참여 인원은 150여 명으로 늘었고, 10명 남짓했던 성가대원도 2배 이상 늘었다. 본당 신자들은 이를 ‘소통’에서 원동력을 찾았다.
김동준(프란치스코) 본당 사목평의회 재정분과장은 “본당 구성원 전체의 목소리가 계획에 반영되는 것을 보며 소통의 활로가 뚫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이게 바로 시노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참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목평의회 장준문(바오로) 부회장도 “본당 교우들이 모두 참여해 계획을 세우고, 이대로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적극적 참여 의식이 생겨난 것 같다”고 했다. 장 부회장은 “3년간의 공백기를 메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소통을 통해 우리 손으로 세운 계획으로 공동체 활력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신앙에 갈증을 느끼던 신자들이 본당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