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12서초지구 ‘엔젤스 주일학교’ 3년 만에 개학, 어린이 미사 함께 봉헌
11일 서울대교구 제12서초지구 발달장애인 대상 ‘엔젤스 주일학교’에 참여한 김태건군이 잠원동본당 어린이 미사에서 교감 구도희씨와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따 미사에서 신나게 부를 수 있겠지?! 우리 친구들 잘 부르나 선생님이 귀 기울여서 들어볼게~”
11일 성가를 부르는 노랫소리가 서울대교구 잠원동성당(주임 김강구 신부) 지하 1층 소성전을 가득 메웠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제12서초지구 발달장애인 대상 주일학교인 ‘엔젤스 주일학교’의 수업 풍경이다. 코로나19 이후 개학 2주차에 불과해 이날 주일학교를 찾은 학생은 2명뿐이었지만, 즐거운 피아노 소리에 맞춰 우렁차게 노래하는 이들의 열정은 열댓 명 못지않게 뜨거웠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박세나(안토니아, 25, 포이동본당)씨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으로 발라드를 꼽자, 지휘자는 연주하던 성가를 느리고 감미롭게 연주하며 호흡을 맞춰갔다. 김태건(초등 4학년)군도 지휘자의 능숙한 지도 아래 어색함도 잠시, 금세 수업에 적극 참여했다. 교리교사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엔젤스 주일학교’가 특별한 이유는 이렇듯 음악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에게 교리를 전달하는 수업 방식에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20명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던 때엔 합창단으로 활동하며 공연도 종종 선보였다. 잠원동본당 청소년분과장인 이영미(알비나)씨는 “어른도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곤 하는 교리를 학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다 음악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를 위해 타본당에서 교중 미사 지휘를 하는 선생님도 모셔왔다”고 소개했다. 제12서초지구 발달장애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지휘자 인건비 또한 잠원동본당이 부담하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제12서초지구 발달장애인 대상 '엔젤스 주일학교'를 찾은 태건군이 어린이 미사에서 교리교사의 지도에 따라 안수를 받고 있다.
학생들은 엔젤스 주일학교 뒤에 이어진 어린이 미사에서 이날 배운 성가를 율동까지 곁들여 멋지게 소화했다. 아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들 또한 기쁜 마음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세나씨 엄마 차윤경(안나)씨는 “딸과 함께 본당 활동하는 것을 늘 희망해왔는데, 마침 엔젤스 주일학교 다시 개학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며 “아이와 같이 노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고, 딸이 스스로 주일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걸 보고 기뻤다”고 했다.
김태건군의 엄마 이화정(요안나, 반포동본당)씨는 “태건이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내심 걱정했는데, 아이가 재밌어하는 걸 보니 앞으로 계속 주일학교에 참석시켜도 될 것 같다”며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엔젤스 주일학교 구도희(율리아나) 교감은 “코로나19 전에 5년 정도 교리교사를 했는데, 학생들이 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었다”며 “이제 막 개강해 미약하지만, 전처럼 회복해서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행복하게 어울릴 수 있는 주일학교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잠원동본당 이한별 보좌 신부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주님의 자녀라는 것을 알리고자 어린이 미사에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엔젤스 주일학교 친구들이 본당 공동체와 함께 지역사회 안에서 더욱 어우러져 살아가도록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