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두 차례나 보건복지부 장관표창을 받은 서울 김용진치과의원 김용진(시몬, 67, 서울 여의도본당) 원장이 전한 소감이다. 46년 동안 전국에 있는 한센인 정착촌과 22년간 중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치과 진료 봉사를 해온 공로로, 제20회 ‘한센인의 날(5월 17일)’과 제78회 ‘구강보건의 날(6월 9일)’을 맞아 잇달아 표창을 수상했다. 자랑스러워할 법도 하지만, 김 원장은 연신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며 겸손해 했다.
그는 1977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1학년 때부터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했다. “친구를 따라 멋모르고 학생 동아리 ‘구라봉사회’에 가입했다가, 탈출(?)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도 봉사를 이어오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탈출을 못 해서만은 아닌 듯하다. 어떤 때엔 병원 문을 일주일이나 닫아가며 한센인들이 지내는 소록도를 찾고 있다고 했다. 몸담고 있는 (사)구라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한센인들에게 의치를 제작해주기 위해서다. 구라봉사회는 1969년부터 54년간 전국에 있는 3만 4000여 명의 한센인에게 치과 치료와 4700여 개의 의치를 무료로 제공해온 단체다.
한센병은 말초신경 및 피부감염 질환으로, 말기에는 손가락까지 모두 절단되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데다 실명까지 동반하는 무서운 질병. 당연히 양치와 같은 구강관리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적절한 시기에 치과 치료를 못 받고 치아를 잃은 채 지내는 많은 한센인에게 구라봉사회가 제공하는 의치는 균형 있게 영양가를 섭취할 수 있는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김 원장은 “한센인의 구강 모형의 본을 뜨고, 그에 맞는 의치를 제작하다 보면 적어도 일주일은 소요된다”며 “처음엔 전염에 대한 우려로 한센인과 접촉한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어렵게 제작한 틀니마저 손에 쥘 수 없어 입안에 끼고 빼지도 못하는 환자들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봉사를 하면 할수록 이전에 지녔던 오해와 편견도 사라졌다. 김 원장은 “알려진 것과 달리, 한센병은 완치가 가능하고 전염도 쉽게 되지 않는다”며 “보호 장비를 철저히 갖추고 진료하기 때문에 이제 걱정보다는 그저 그들이 겪는 고통을 더욱 이해하고 측은한 마음으로 임한다”고 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고령화로 한센인은 오늘날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그는 2001년부터 매주 한 번씩 봉사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 치과 진료에 더욱 전념할 예정이다. 장애인 치과병원은 전국에 얼마 없고, 그래서 대기 기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는 매주 목요일을 휴진일로 정했다.
김 원장은 “중증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 어디가 아픈지 의사소통이 어려워 비장애인에 비해 진료가 쉽지 않다”며 “의료봉사 중에서도 치과 치료는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분야라서 더욱 보람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꾸준히 봉사해온 비결에 대해 “시간을 틈틈이 할애해 오랜 기간 꾸준히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20년 넘게 활동해온 레지오 마리애가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러만 준다면 힘닿는 데까지 봉사할 계획”이라며 “오랜 기간 건강하게 선행을 베풀도록 은총을 내려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김 원장은 “봉사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며 “누구나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행복한 일상을 꾸며보길 바란다”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