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오늘날 죄로 일어난 현실입니다. 폭력과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내쫓겨 버리는, 불의한 세상 구조가 반영된 존재가 바로 난민입니다.”
예수회 난민 봉사기구(JRS, Jesuit Refugee Service)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 댄 코루(Dan Corrou) 신부가 방한해 13일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에서 난민이 처한 실상을 밝히고 국제적 연대를 호소했다.
한국에서도 종종 난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댄 코루 신부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의 난민 문제는 자국민의 현실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긴장 상황에 높여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난민과 레바논 문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레바논의 경우, 사회적 부담이 혐오의 감정으로 번진 대표적인 예다. 초기에 레바논은 시리아 난민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고 환대에 가득 차 있었다. 레바논 내전 당시 레바논 난민들이 시리아에서 안식처를 찾기도 했고, 종교와 문화, 언어적으로 동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시설도 개방해 오전에는 레바논 학생이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시리아 학생이 수업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6개월 사이에만 150만 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이 레바논에 들어왔고, 2019년 레바논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난민 부양 문제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심각한 경제위기로 레바논 학생들의 수업은 중단됐지만,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난민 학생들의 수업은 계속됐다. 또 난민들은 적은 돈이나마 유엔을 통해 지원받고 있었기에 레바논 빈민들은 자신들이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동시에 시리아는 여전히 내전 중인 데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에 군사기지를 유지하고 있어 시리아 난민도 쉽사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댄 코루 신부는 “난민이 발생하면 이웃 나라들은 최소한 인도적 지원의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며 “하지만 유엔 협약에 따르면, 이런 부담은 이웃 국가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함께 책임지게 돼 있다”고 했다. 댄 코루 신부는 “분명 시리아 귀환자의 보호나 난민 권리에 관한 부분은 국제사회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JRS는 ‘화해’와 ‘동반’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예수회가 시리아와 레바논에 들어간 1656년 이후 350년 넘게 늘 이 두 가지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댄 코루 신부는 무엇보다 “인간적인 접점을 형성한다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극단주의 이슬람 국가(IS)가 시리아와 이라크를 휩쓸면서 JRS센터에 시리아 무슬림과 이라크 그리스도교 신자가 한데 모이게 됐습니다. 그 둘은 자연스럽게 소소한 대화를 하면서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라마단 시기에 이라크 그리스도교 난민 여성이 무슬림 시리아 난민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적인 접점이 잘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국제 사회 연대 절실
댄 코루 신부는 “국제사회가 잊힌 나라, 잊힌 난민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며 난민들을 위한 신앙적 연대를 다시금 호소했다. “부서진 세상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우리 이웃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심지어 이웃의 부서진 몰골 속에서 말입니다. 그리스도의 상처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난민을 환대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상처를 환대하는 것입니다. 상처 입은 하느님을 우리 삶 속으로 초대하고 환대하는 것이죠. 이웃과 깊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