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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이야기 영화화 탈북민 감독,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탈북해 2014년 정착, 조문호 감독 영화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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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상을 수상한 조문호 감독(오른쪽)과 북한인권시민연합 김석우 이사장. 락스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에서 탈북한 청년과 수몰로 고향을 잃은 노인이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있다.


탈북 7년 차, 부산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청년 동수는 추석날 밤 만취한 노인 경섭을 태우고 합천의 한 호숫가를 찾는다. 북한에 남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던 동수는 경섭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수몰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탈북과 수몰, 이유는 다르지만, 실향민이라는 점에 동질감을 느낀 두 사람은 서로 속내를 터놓고, 이른 아침 함께 제사를 지낸다.

‘자유·정의·인권’을 주제로 지난 1일부터 엿새간 서울에서 열린 제3회 락스퍼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조문호 감독의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의 내용이다. 영화는 조 감독의 데뷔작이면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역시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6월 25일)을 맞아 분단된 현실이 낳은 그의 삶을 전해 들었다.

“첫 작품으로 탈북민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인식이 배움과 경험을 통해 무르익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탈북민 이야기를 하게 됐고, 당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해를 품은 함경도의 작은 어촌에서 자란 조 감독은 20대 중반이던 2014년 고향을 떠나 남한에 왔다. 그때까지 그는 부모의 기쁨이고, 마을의 자랑이었다. 우체국에 가려면 고개를 두 개나 넘어야 할 정도로 한적한 시골 출신에 가정 형편도 어려웠지만, 북한에서는 극히 소수만 누릴 수 있는 대학 교육을 마친, 이른바 엘리트였던 것이다.

“당시 우리 집 상황에서 저를 공부시키는 건 어불성설이었지만, 부모님은 집안의 명운을 거는 심정으로 저를 도시로 보내셨어요. 그래서 제가 탈북을 결심했을 때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셨을지 종종 상상해 보는데, 헤아려지지는 않습니다.”

대입을 준비하던 그는 기숙사에 있던 낡은 흑백 TV의 채널을 돌리다 희미하게, 북한에서는 접하기 힘든 신나는 음악을 듣게 됐다. 물통의 철제 손잡이를 뽑아 안테나를 만들고, 물리 실험에서 쓰고 남은 전선을 연결한 뒤에야 그것이 남한의 TV 방송임을 알아챘다.

“처음엔 당연히 두려웠죠. 하지만 바깥세상, 그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이길 공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반년 동안 몰래 남한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고 치열한 시청자였을 거예요. 결국 그 낡고 초라한 흑백 TV는 저의 세계관을 영원히 바꿔버렸고요.”

초반에는 TV를 보면서도 믿지 않았다. 모두 연출이고 연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한에서 전하는 일기예보까지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세상 밖에서는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저런 곳에서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8년 동안 꿈을 키운 그는 2014년 마침내 남한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뎠다. 북한에서 공학도였으나 남한 대학에서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고, 미국 어학연수를 비롯해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지금은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가 꿈꾸던 세상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고향에 남겨진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이 있다.

“부모님이 탈북 당시 제 생각을 지지해주셨어요. 하지만 헌신에 보답할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은 늘 죄송하죠. 탈북한 지 10년 가까이 되고, 한 해 한 해 부모님의 연세도 더해지니까 이러다 영영 못 만나게 될까 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70여 년의 분단은 이렇게 또 다른 이산가족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아픔을 스크린에 담아내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모님과 연락이 끊겼어요. 제가 영화를 만든다고는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이러한 남북한의 아픔, 한반도의 근현대사 등을 인물들의 삶을 통해 드러내는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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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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