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협동조합 운동의 선구자 고 장대익 신부(루도비코, 1923~2008) 탄생 100주년 기념 미사가 6월 26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됐다. 전국의 신협 회장과 총무 등 관계자들은 장 신부의 업적을 기억하고, 한국 신협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신협은 1849년 독일에서 금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한 운동으로, 한국에서는 1960년 5월 1일 메리놀수녀회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설립한 성가신용협동조합을 시초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장대익 신부는 이미 1957년 캐나다 노바스코시아 세인트 프란시스 세비어대학에서 신용협동조합운동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가브리엘라 수녀가 부산에서 신협을 설립한 후 한 달 뒤인 6월 26일 장 신부는 서울에 가톨릭 중앙신협을 설립하고 한국 신협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 통치와 분단, 6·25 전쟁 등으로 경제적 자립 기반이 조성되지 못한 채 가난에 허덕이던 때였다. 농촌에서는 봄에 곡식을 빌리면 가을에 두 배로 갚아야 했고, 도시에서도 고금리의 사채 이자가 기승을 부렸다. 장 신부와 가브리엘라 수녀는 가난해도 함께 모여서 도우면 극복해갈 수 있다는 희망과 자립심을 신협을 통해 이루고자 했다. 담보도 돈이 아니라 신용이었다.
장 신부가 뿌린 씨앗은 모진 세월을 견디며 성장해 현재 한국 신협은 총자산 149조 6724억 원, 조합원과 이용자 수도 1400만 명에 이른다. 세계 신협 중 4위, 아시아 신협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전세 사기와 고리대금 부채 등 신뢰보다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신협을 세운 장 신부님의 노고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우리 신협의 본래 정신인 신용이 담보라는 것을 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교회는 인간이 경제의 주체임을 분명히 밝히며 인간을 살리는 경제가 돼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면서 “신협이 시대적 요청의 대안이 될 수 있고, 협동조합 안에서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경제정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조금씩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고 계속해서’라는 장 신부님의 조언에 따라 신협 운동을 이어간다면, 신협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 후 이어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맡은 하인호(마태오) 서울 신협 가톨릭이사장협의회 회장은 “장 신부님처럼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맡기고 남은 것은 오직 당신뿐이라는 마음으로 복지사회건설을 위한 신협 운동에 정성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